박승하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면서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세아그룹의 강한 견제도 받고 있다.
|
|
|
▲ 박승하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
현대제철은 18일 올해 2분기에 사상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4조1745억 원, 영업이익은 3589억 원으로 시장예상치를 웃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5%, 97.7%씩 늘었다.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2분기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현대제철이 2분기에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주력사업인 봉형강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3분기에 봉형강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든다.
또 8월 중 전방산업인 자동차업계와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을 해야 하는데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제품가격 인하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어 실적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재 안으로 노조 파업으로, 밖에서 몸집을 불리는 세아그룹의 강력한 수성 의지에 직면해 있다. 박 부회장이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 노조파업 도미노 우려 커져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4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70%대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했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같은 날 파업안을 처리하면서 현대차그룹 전반에 파업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것은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회사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확대는 현대제철 임금단체협상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확대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현대차그룹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혀 현대차나 기아차 노조처럼 현대제철 노조 역시 파업 카드를 꺼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업설명회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그룹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현대제철은) 실제적으로 고로조업에 대한 법적 장치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조립선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사내 하청회사의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정규직 근로자들을 추가배치해 생산차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회사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중인 정규직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차질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
|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 행사에 참석해 제3고로의 첫 가동을 위해 불을 지피는 화입(火入)을 하고 있다. |
◆ 세아그룹의 현대제철 특수강시장 진출 견제
현대제철은 경쟁사인 세아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특수강사업이 견제를 받고 있다. 특수강은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 등의 부품소재로 사용된다.
특수강 1차공정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아베스틸은 지난 14일 포스코와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세아베스틸은 연간 100만 톤의 스테인리스 및 특수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특수강 생산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공장 건립에 착수하면서 특수강 1차공정시장 진출의 첫발을 뗐다.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제철의 특수강공장은 오는 8월 완공되며 2016년에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세아그룹은 또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특수강 인수를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에 시장을 뺏길 수 없는 세아는 동부특수강 인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특수강은 특수강 2차공정시장 2위 회사다. 업계 1위인 세아특수강을 거느리고 있는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까지 손에 넣게 될 경우 특수강시장에 대한 세아그룹의 지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다.
현대제철도 특수강시장 진출 통로 확대를 위해 동부특수강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동부특수강 인수에 대한 검토는 심도있게 진행돼 왔다”며 “아직 산업은행에서 인수의향서가 오지 않았지만 포스코특수강이 세아그룹이 넘어가면서 동부특수강 인수검토는 더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당진 제1냉연공장의 컬러강판 설비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전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부터 컬러강판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승하 부회장은 특수강사업 확대와 컬러강판사업 정리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면서 경영능력이 심판대에 올라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컬러강판 설비는 수익성 악화로 매각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위해 매각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몇 군데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