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 아산의 한 온천 시설에서 이용객들이 노천온천을 즐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수록 따뜻한 온천탕이 그리워진다.
맹추위에 몸은 움츠러들고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 때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을 수 있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축 늘어져 있는 것 이상의 호사가 있으랴.
근육의 피로를 풀면서 약성을 담은 온천수로 피부와 몸을 함께 이롭게 하기 위해 온천여행 계획을 세우는 이들을 위해 전국의 주요 온천 관광지를 소개한다.
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관광 관련 기관들은 온천 여행객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는 12월 경북 여행 추천지로 온천 관광자원이 있는 울진을 선정하고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울진은 온천뿐 아니라 대게를 비롯한 해산물로도 유명하다.
울진의 백암온천은 신라시대부터 지역 주민들이 온천욕을 즐겨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신라시대 한 사냥꾼이 창에 맞은 사슴을 뒤쫓으며 지역을 탐색하던 중 사슴이 누었던 자리에서 온천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전해내려온다.
본격적으로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시기는 일제 강점기다.
백암온천은 유황온천이라 물에서 삶은 달걀 냄새가 난다. 유황온천 특성상 피부병과 천식, 신경통, 호흡기 계통 질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울진에는 덕구온천도 있다.
▲ 덕구온천에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울진군청> |
덕구온천은 자연용출온천이다. 온천수는 중탄산나트륨과 칼륨, 칼슘, 철, 탄산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된 약알칼리성으로 신경통, 관절염, 근육통, 피부질환,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덕구온천을 발견한 사람도 사냥꾼들이라 한다. 덕구온천의 발견 설화에서는 사슴 대신 맷돼지가 등장한다. 고려시대에 사냥꾼들이 화살을 맞고 상처를 입은 맷돼지가 계곡에서 물로 몸을 씻은 뒤 회복된 뒤 달아난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온천이 있었다고 한다.
울진은 동해에 인접한 데다 백두대간에 위치해 있어 온천여행을 온 김에 산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울진 특산물인 대게를 맛봐도 좋다.
진짜 대게 말고 대게 모양으로 만든 대게빵도 있다. 대게 가루와 대게 살을 넣어 묘하게 대게 맛이 난다. 이런 특징을 빼면 속에 팥이 들어 있어 붕어빵과 비슷하다.
충청 지역에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온천 여행지가 많다.
조선 임금들은 유전병 때문인지 생활습관 때문인지 피부병을 많이 앓았다. 그러다보니 온천으로 요양을 가는 사례가 많았다.
조섬 임금들의 단골 요양지 온양온천은 한 때 온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온양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그 연원이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근래에는 온양온천보다 인근의 도고온천, 아산온천을 찾는 사람도 많다. 두 곳에는 워터파크 형태의 온천시설이 있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온천여행을 하기 좋다.
조금 떨어진 충주에는 수안보온천이 있다.
▲ 수안보 물탕공원의 온천비각. <한국관광공사> |
수안보온천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은 조선시대 문종 때 편찬한 ‘고려사’에 남아 있다.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등장하는 현종 임금 시기 수안보의 고려시대 지명 ‘상모현’에 온천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다른 사료에서 조선 태조, 숙종 임금도 수안보온천에서 요양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등 역대 대통령들이 수안보온천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수안보온천은 약알칼리성을 띠며 칼슘과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라듐 성분이 포함돼 있다. 피부 질환, 부인병, 위장 장애,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안보온천에 온 김에 충주호를 구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람선을 타고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고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강원 지역에는 설악산 자락에 양양오색온천지구와 척산온천지구 등이 사랑받는 온천 여행지다.
남한에서 경치가 가장 빼어나다는 설악산을 등반하며 자연을 즐긴 뒤 온천욕을 하면 금새 피로가 가시지 않을까.
▲ 양양오색온천 부근 트래킹 코스인 주전골 풍경. <양양군청> |
양양오색온천지구의 온천수는 알칼리성으로 미끈미끈한 물의 촉감이 특징적이다. 신경통과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양양오색온천에서는 탄산온천도 발견됐다. 이곳의 탄산온천수는 사람 몸의 온도보다 낮은 27°C라 따뜻한 샘이란 뜻을 지닌 ‘온천’이란 말이 다소 어색한 감도 있다.
탄산온천에 몸을 담그면 처음에는 차가운 느낌이 들지만 탄산 효과 때문에 몸에 기포가 들러붙고 몸이 살짝 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모세혈관 확장으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탄산온천은 중탄산과 이산화탄소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당뇨병 등에 좋고 피부미용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인근의 척산온천도 알칼리성 온천으로 온천수가 약간의 푸르 빛을 띠고 감촉이 부드럽다. 이 지역 일대는 예로부터 땅이 따뜻해 겨울에도 풀이 자랐다고 한다. 날개를 다친 학 한 마리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상처를 치료했다는 설화에서 이 지역에 ‘학사평’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양양오색온천과 척산온천은 각각 양양과 속초에 있다. 둘 다 동해바다와 붙어 있어 바다를 보러 오는 여행객도 많은 곳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 음식으로는 곰치국이 있다. 물곰탕이라고도 불린다. 곰치에 무, 대파 등을 넣어 끓인 국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 곰치국의 곰치 살은 부드럽다 못해 흐물흐물한 식감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속풀이에는 그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