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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세계 만화시장도 석권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8-14 21: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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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툰, 세계 만화시장도 석권할까  
▲ 김상헌 네이버 사장

네이버 웹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네이버 웹툰은 말 그대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다음이 2003년 선보인 ‘만화속세상’보다 2년 늦게 출발했지만 1위 자리를 가볍게 차지했다.

네이버 웹툰은 2005년 단 한 명의 직원, 3개의 웹툰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월부터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통해 ‘라인 웹툰’을 선보이며 42개의 영어 작품과 50개의 중국어 작품을 연재하는 중이다.

10년 동안 위상도 달라졌다.

웹툰은 애초 네이버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동력이 됐다. 김상헌 네이버 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첫 번째 글로벌 서비스로 ‘웹툰’을 소개했다.

네이버 웹툰은 우리나라 만화계 전반에 걸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출판만화시장의 침체로 활로를 찾던 만화계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한 번에 수십 편 이상을 연재하며 신인작가들을 불러 모았고 그 과정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그 결과 만화시장의 저변이 확대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컸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내용이 획일화됐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웹툰 작가들이 유통을 담당하는 네이버에 종속되면서 새로운 갑을관계가 만들어졌다.

◆ 10년 동안 가파른 성장

네이버 웹툰에 지난 10년 동안 연재된 작품은 총 520편이다. 현재 연재중인 웹툰만 해도 150개가 훌쩍 넘는다.

연재된 작품의 회차를 모두 더하면 4만여 회에 이른다. 누적조회는 290억 건을 넘었다.

네이버 웹툰의 하루 방문자도 약 620만 명이나 된다. 2005년 하루 방문자가 1만여 명 수준이었는데 이제 그 때 방문자의 620배가 웹툰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웹툰 독자는 월간 1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웹툰의 인기와 함께 웹툰을 활용한 2차 창작물도 많아졌다.

지금까지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189건의 도서, 영상, 게임 등의 2차 저작물이 제작됐거나 제작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해 만들어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관객수가 600만 명을 넘었다.

네이버는 2005년 6월 네이버 웹툰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다음보다 출발이 2년 늦었던 탓에 차별화전략을 선택했다.

다음이 2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서사형 웹툰을 선보였다면 네이버는 10대를 공략했다.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가 대표적이다. 일상적 소재를 짧게 다루는 에피소드 장르를 중심으로 다뤘다.

그 뒤 각 요일마다 정해진 작품을 게재하는 ‘요일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도전만화-베스트도전-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아마추어 승격제도’도 도입해 신인들의 등용문을 넓혔다.

네이버는 국내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내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2014년을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헌 네이버 사장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김 사장은 이때 “서양이나 일본도 모르는 문법을 가진 웹툰을 통해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한국의 웹툰은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거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웹툰, 세계 만화시장도 석권할까  
▲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직접 출연한 네이버 웹툰 광고

◆ 낮아진 진입장벽, 신입 작가 대거등장


네이버 웹툰은 국내 웹툰의 역사를 직접 써내려 가며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네이버가 제공한 초기 웹툰들은 수려한 그림이나 세밀한 시공간 연출과 배경, 음양이나 색상을 활용한 분위기 조성 등 출판만화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웹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네이버는 낮아진 진입장벽 때문에 웹툰 시장에 몰려드는 신인작가들 모두에게 기회를 줬다.

네이버는 2006년 1월 데뷔를 원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는 ‘도전만화’ 코너를 만들었다. 2008년 11월 도전만화의 승격작품이 모이는 ‘베스트도전만화’ 코너도 신설했다. 여기서 다시 인정을 받으면 네이버 웹툰에 정식연재돼 원고료를 받게 된다.

이들이 올린 작품에 대해 독자의 별점과 댓글, 조회수 등을 판단해 위로 승격시키는 시스템이다.

지난 5월까지 도전만화 코너에서 활동한 사람은 약 14만 명이며 이 중 베스트도전까지 올라가 활동한 사람은 약 1600명이다.

이 가운데 175명은 네이버 정식 웹툰 작가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네이버에 정식 연재한 작가 365명 중 절반 정도가 아마추어 승격제도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이렇게 정식연재를 시작한 이들은 만화를 전공하거나 유명 만화가 밑에서 수련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부분 다른 직업이 있거나, 또는 연재할 잡지나 신문을 찾지 못해 인터넷으로 올리는 만화가 지망생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만화를 그리는 작업에 익숙하고, 인터넷을 통한 만화 배포에 큰 거부감이 없었던 젊은 작가들이 네이버웹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웹툰에 연재중인 작가들의 평균나이는 31.4세에 불과하며 학생부터 전직 미술교사까지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 웹툰 작가의 네이버 종속 심화

그러나 네이버가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이 되면서 작가들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웹툰이 유통되는 공간이 네이버와 다음으로 양분되면서 이 현상은 더 심화됐다. 시장지배자인 네이버가 웹툰 작가들에게 ‘갑’이 된 것이다.

네이버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 살고 그 밖에 머무르면 도태되기 시작했다.

과거 웹툰들이 개인 홈페이지에서 연재를 했지만 곧 사라졌다. 몇몇 만화업체들도 오프라인 만화잡지처럼 홈페이지를 운영했지만 네이버웹툰 등장 이후 이조차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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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부천만화제에서 박동선 작가가 사인회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이 웹툰을 대중화하는데 일조한 점이 많다”면서도 “웹툰을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 포털밖에 없다보니 포털과 작가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웹툰 작가들은 언제든지 네이버를 떠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와 작가가 충돌할 경우 대부분 네이버의 승리로 끝나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박동선 작가는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내용 부분에서 네이버의 편집정책 방향에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부딪힐 때도 있다”며 “포털 연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좀 더 독립적으로 연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툰의 포털종속은 더 심해지고 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서비스나 콘텐츠를 먼저 노출시켜 개별적으로 개별 사이트를 운영하는 작가들을 검색에서 소외시킨다”고 비판했다.

◆ 에피소드 위주로 편성된 웹툰 시장

작품의 다양성도 사라졌다.
 
인터넷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선호됐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가 웹툰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 10대를 공략하면서 이들이 즐겨보는 가벼운 만화 위주로 웹툰시장이 형성됐다.

특히 신인작가들이 정식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네이버 및 대중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됐다.

이들이 정식작가가 되기까지 과정은 매우 치열하다. 지난달까지 도전만화 코너에 투고한 아마추어 작가 14만 명 중 175명만 정식으로 등단했다. 8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다.

네이버 웹툰작가 신의철은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과정을 네이버 본사의 녹색건물에 빗대 ‘녹색거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과정에 빗댄 것이다.

모바일시장의 확대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휴대전화로 웹툰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복잡한 서사나 섬세한 그림체보다 유머 위주의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승격을 위해선 독자의 입맛에 맞는 만화를 그리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신인작가들이 자신의 소신보다 대중의 구미에 맞는 작품을 그리게 된다.

한 웹툰작가는 “아직까지는 웹툰이 출판만화 수준의 밀도를 가지면 누리꾼들이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 문화 콘텐츠는 곧 붕괴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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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만 작가

◆ 웹툰 돈 주고 보면 바보?


‘타짜’ ‘식객’ 등으로 유명한 원로 만화가 허영만 작가는 지난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를 통해 “인터넷에서 돈 몇 푼 받고 만화를 무제한 볼 수 있도록 했더니 사람들이 인터넷에선 만화가 공짜라고 생각한다”면서 “만화 유통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갔는데 이제 포털은 콘텐츠 공급 대가로 수천만 원을 제공하지 못하겠다고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 연재료로 포털에 월 3500만 원을 요구했는데 모두 거절당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월 3500만 원은 작업실을 운영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허 작가의 경우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데도 월 1천만~2천만 원의 적자가 났다.

허 작가는 지난해 4월부터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 ‘식객2’를 연재하며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고료는 월 2천만 원을 받았다.

그는 “모바일에서 실패하면 모든 연재를 중단하고 작업실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시 “자꾸 새로운 시도, 도전이라고 말하지 말라”며 “막다른 골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카카오페이지는 실패했다. 카카오페이지는 2012년 2100만 원, 2013년 7억7200만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식객2는 낮은 구독률로 지난 1월 연재를 중단했다.

네이버는 무료로 만화를 제공하면서 유료로 만화를 제공하던 개인과 업체들을 변방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만화가 공짜라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며 ‘돈을 주고 보면 바보’라는 인식을 독자에게 심어줬다.

만화계의 대부 허영만 작가의 사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웹툰 유료화의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상헌 네이버 사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네이버가 콘텐츠를 무료화해서 만화가 망가졌다는 이야기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라며 “디지털화가 되면서 발생한 필연적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문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누가 더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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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사장님 지금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서 네이버가 잘 되는게 맞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몇십년을 네티즌이 네이버를 사용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예측할 수 있으신가요?   (2015-04-01 19: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