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KT그룹,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이 최순실씨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투자 등을 강요받았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기업들은 대가를 기대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은 20일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70억을 냈다가 돌려준 데 대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직권을 남용해 롯데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씨가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런  강요가 최씨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본부장은 “최순실씨는 인사와 운영권한을 장악한 K스포츠 사업과 관련된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더블루K를 설립하고 대기업 지원을 받아 복합체육시설을 건립한 후 시설운영과 수익사업을 더블루K가 맡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대가성 청탁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봤다. 당시 롯데그룹이 경영권 내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지원을 대가로 70억 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나왔으나 검찰의 공소장에서 이런 내용은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법리검토를 많이 했으나 롯데 부정청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며 “공소장에 저희가 입증가능한 부분만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노 차장은 롯데그룹이 70억 원을 돌려받은 데 대해 “K스포츠가 돌려준 경위는 앞으로 조사가 이뤄져 봐야 한다”면서도 “제3자 뇌물수수의 부정한 청탁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KT, 그랜드코리아레저도 공소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두 강요에 의한 것으로 적시됐다.

이 본부장은 “최씨 등은 직권을 남용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11억 원 규모의 납품을 할 수 있도록 강요했다”며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는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 규모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과 관련해 “최씨 등은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를 상대로 포레카 지분을 양도하도록 강요하다 미수에 그쳤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포스코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펜싱팀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약정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KT는 차은택씨와 최순실씨가 추천한 2명을 광고발주담당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했고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받았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장애인스포츠단을 창단하고 더블루K를 에이전트로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