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10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카카오 그룹이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을 벗게 됐다.
김 위원장 운신 폭이 일부 자유로워진 만큼 다소 정체된 경영쇄신 작업과 신사업 추진 관련 결정에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경영 일선에서 현안을 모두 챙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심문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카카오 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회사 측과 각계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달 31일 김 위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쯤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앞으로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판 중 보석이 허가돼 1심 결과를 앞두고 석방됐다. 1심 재판 중 구속기간이 연장될 경우 최대 만기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는데, 해가 바뀌기 전에 풀려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96조에 따라 결정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올해 7월 구속된 뒤 지난 8월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직 조사와 재판이 남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경영현안을 챙길 수는 없겠지만, 물리적 소통이 가능해진 만큼 카카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정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혁신 작업 등을 추진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경영쇄신을 직접 지휘하는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쇄신 작업을 총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자 경영공백에 따른 카카오 위기론이 불거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불구속 상태로 전환되면서 김 위원장은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이 매주 모였던 경영쇄신위원회와 CA협의체 회의를 다시 주재하는 등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우선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카카오톡과 AI를 핵심 사업으로 꼽고, 이와 관련성이 적은 부문과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사 몸집 줄이기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카카오스페이스와 카카오브레인을 합병했고, 다음글로벌홀딩스 합병 작업도 앞두고 있다. 카카오VX 매각설도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 부재 이후 쇄신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이 풀려나면서 계열사 몸집 줄이기와 쇄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지난달 22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기조연설을 맡아 카카오의 AI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AI 신사업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지난달 자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했다. 자체 AI 모델과 더불어 오픈소스, 글로벌 언어모델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면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초 서비스 출시를 연내로 계획했지만 내년으로 미뤄졌다. 구체적인 수익모델도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서비스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등 사업 구체화 방안이 주목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정리와 근무제도를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벌이면서 카카오 통합노조인 '카카오 크루 유니온'의 가입률이 절반을 넘는 등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경영복귀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법원은 다음달 중 김 의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의사결정은 이전보다 속도가 나겠지만, 아직 조사와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상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