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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한국에서 무슨 말을 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8-13 19: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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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은 한국에서 무슨 말을 할까  
▲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염수정 추기경에게 추기경 서품을 주고 있다.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취임 후 세 번째 해외 나들이다. 동아시아지역은 첫 방문이다.

교황의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우리나라를 찾는 두 번째 교황이 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번 방한은 복음의 기쁨 가운데 살았던 순교자를 기리고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라며 “교황께서 믿음과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실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대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국민정서를 어루만지고 가진 것 없고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는 바람도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제각각 소망을 품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린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한을 하루 앞둔 13일 공식 트위터에 한글로 “한국으로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 달라”는 트윗을 남겼다.

◆ 교황 방한의 경제적 효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교황이 낳을 경제적 효과다.

일반적으로 교황방문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을 보기 위해 바티칸에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현지언론은 불황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에 교황이 단비를 내렸다며 “한 달 만에 5500만 유로(약 790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브라질 관광공사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브라질 방문 경제효과를 12억 헤알(약 5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의 경제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0년 G20 정상회담으로 발생한 경제효과는 내방객들의 지출, 부가가치 효과, 홍보효과 등 26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황방문이 소비심리를 자극해 침체된 내수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교황이 동아시아를 처음 방문하면서 세계의 관심이 쏠려 간접적 경제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지만 기아자동차 쏘울과 하이트진로 석수, 롯데주류 마주앙 등 교황 방한일정 중 사용되는 제품들이 덩달아 주목받으면서 교황의 후광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또 가톨릭 교구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교황이 참석하는 행사에 선캡과 우산 등을 제공하며 교황 방한기념 주화를 내놓는 등 환영태세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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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방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 후 25년만이다. <뉴시스>

◆ 남북관계 개선 불씨 마련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부활대축일 강복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며 “한반도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여객선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알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재와 민주화운동, 경제위기 등을 겪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교황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와 닮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름휴가도 포기하고 오는 것으로 그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교황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공식일정으로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다. 박 대통령은 14일 서울공항으로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영접하고 오후에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을 연다.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해 한반도 상황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교황 방한이 국가적으로 행운과 축복이 찾아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가톨릭의 행사일 뿐 아니라 세계적 종교지도자가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인권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구체적 사안들까지 폭넓게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의 교황 접견은 대북메시지를 발표하는 광복절 경축식 직전이다.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나는 자리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석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며 “당사자들이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한 메시지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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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비가 오는 날씨에도 빈민가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 이 땅의 작은 이들에게 손내미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박 대통령 등 정부와 종교 지도자들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황 만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작은 이들이 더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항상 연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아 왔다.

지난해 교황 취임 후 맞은 첫 생일날 노숙인들을 초청해 생일상을 함께 나눈 것은 대표적 일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도 빈민가를 방문해 그곳의 주민들을 만나고 끌어안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 충북 음성 꽃동네가 포함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은 이들을 만나기 위해 꽃동네를 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의 집에서 장애인들을 만나고 태아동산에서 탄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생명들을 위해 기도한다. 또 사랑의 연수원과 사랑의 영성원에서 남녀 수도자, 가톨릭 평신도와 대화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직접 만난다. 그는 오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순례단은 단원고등학교에서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보순례 중 메고 온 십자가와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취수한 바닷물을 교황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직접 만나는 만큼 공식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서 “눈물 흘리는 이들을 내쫓을 수 없다”며 퇴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달 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 교황의 방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 날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고통받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 주민들, 송전탑이 세워지는 밀양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참석해 우리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함께 기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있어 이들의 아픔이 다시금 국제적으로 조명받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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