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확대 공약 덕에 뜻밖의 수혜를 보고 있다.
두산밥캣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가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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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14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380원(16.61%) 오른 9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일부터 3거래일 동안 주가가 40% 이상 올랐다.
두산엔진과 두산중공업의 주가도 14일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5.98%, 2.68% 상승했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두산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59.4% 보유하고 있는데 두산밥캣은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정책 덕에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자회사 두산밥캣의 가치상승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뿐 아니라 법인세 인하 등에 따라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 공항, 학교, 병원 등 전 방위에 걸친 인프라에 향후 5년 동안 최소 5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2017~2018년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밥캣이 내는 매출 가운데 60% 이상이 북미시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산밥캣이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를 대폭 낮추겠다고 약속한 점도 두산밥캣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법인세를 기존 38%에서 1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경우 두산밥캣은 연간 6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재부각되면서 두산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하는데 큰 시름을 덜어내고 있다.
두산그룹은 8~9일 이틀 동안 두산밥캣의 청약을 실시했지만 최종경쟁률이 0.29:1을 기록해 1520억 원 규모의 미달물량이 발생했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트럼프 수혜주’로 떠오르자 해외기관들이 미달물량을 대거 인수하겠다고 요청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18일에 코스피에 상장하는데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점을 고려할 때 주가가 공모가인 3만 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이번 두산밥캣 기업공개를 통해 모두 4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두 기업이 여전히 두산밥캣의 지분을 70%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밥캣의 주가가 오를수록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내년 9월까지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은 모두 9937억 원에 이른다. 5억 달러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의 상환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최소 1조2천억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엔진도 1년 내에 갚아야하는 자금을 879억 원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상장되면 두산그룹이 추진해온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일단락된다”며 “남은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방안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