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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 회장. |
검찰이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낸 대기업 가운데 대가성 의혹이 제기된 총수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검찰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K스포츠로부터 투자를 요구받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다른 어떤 기업인보다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검찰은 10일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낸 기업을 상대로 대가성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면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근 회장이 직접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회장을 불러 경위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회의록에 따르면 안종범 수석,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 김시병 사장이 지난 2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회의록에 정 전 사무총장이 “(K스포츠가 추진하는) 5대 거점 스포츠시설 걸립을 위해 부영이 1개 거점에 70~8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러자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다만 현재 부영이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다면 K스포츠가 요구한 자금을 출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부영은 그 전에 이미 K스포츠에 3억을 내놓았다.
부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2010년 세무조사를 받은 뒤 5년 만이었다.
국세청은 이 회장과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수십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올해 4월18일 1200억 원대의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부영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은 K스포츠 회의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K스포츠에서 직접 회의록을 작성했는데 적힌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경위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성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그 내용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간단한 인사만 나눈 뒤 먼저 나와 개인일정을 소화했다”며 “김 사장이 정 전 사무총장을 만나 자금출연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전 사무총장이 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사장이 부영의 사정이 어려워 지원이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경우 2004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가게 되는 셈이다.
이 회장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회삿돈 270억 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 74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2004년 구속됐다.
이 회장은 2008년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2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고 2011년 경영에 복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