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문재 커리어케어 부사장이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업들의 임원인사 경향과 이유에 관해 분석했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찬바람이 불면 기업들의 인사철이 시작된다. 경영환경과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조직과 임원인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승진과 퇴임 대상자의 윤곽을 잡기 위해 임원평가를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의 인사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임원평가에 돌입했고 한화와 DL은 벌써 임원인사를 마쳤다.
임원인사는 기업들이 그리고 있는 다음해 사업전략의 윤곽을 보여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업들의 임원인사와 관련해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윤문재 부사장(PEPG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윤 부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과 메가박스에서 HR을 담당했다. 현재 커리어케어에서 컨설턴트 조직을 이끄는 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 부사장은 "주요 기업들이 임원인사를 앞당겨 조기에 전선을 구축하고 새로운 진용을 갖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인사 쇄신과 외부 영입을 통해 내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음은 윤 부사장과 일문일답니다.
- 기업들은 임원평가에서 무엇을 주요하게 보나.
“신임 임원은 통상 팀 단위의 성과창출 결과와 목표달성 수준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또한, 전문성과 문제해결능력, 조직관리, 리더십, 윤리도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기존 임원은 임원으로서 수행해야 할 전사 공통과제와 책임지고 있는 조직의 과제를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전사 공통과제는 핵심인력 발굴, 신사업 개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것이다. 조직과제는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성과창출이나 목표달성 같은 재무적 기여도를 중점 평가하고, 여기에 고급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조직관리, 판단력, 리스크 대응력, 글로벌역량 같은 정성적 평가를 덧붙인다.”
- 최근 기업들의 임원인사 일정이 점점 빨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원 인사는 통상 가을에 준비해 겨울에 발표하는데 몇 년 전부터 빨라지기 시작해 가을에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처럼 임원인사 시기가 당겨지는 것은 선제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원인사를 앞당겨 조기에 전선을 구축하고 새로운 진용을 갖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9월 20일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실시했고, 올해에는 한화그룹이 지난 9월 27일 예년보다 한 달 빠르게 임원인사를 했다. SK그룹도 11월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 올해 기업들의 임원인사 흐름은 어떤가.
“먼저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면서 작년에 이어 승진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규모의 승진인사를 실시했지만 나머지 주요 그룹들은 승진을 최소화했다. 올해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리더십, 특히 MZ임원들을 대폭 늘려 경영일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성과부진에 세대교체 추세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쇄신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기업은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원평가도 이미 마무리되어 10월 조기인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 기업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디지털과 기술분야의 발탁을 늘리고 여성임원들의 비중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요즘과 같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임원인사는 어떤 특징을 갖나.
“우선 철저한 성과주의 경향을 보인다. 기업들은 역량보다 성과에 방점을 둔 인사를 실시한다. 또한 외형매출 성장보다 수익 창출이나 수익성 확대, 현금흐름관리, 비용절감 같은 성과와 효율 중심으로 경영방향이 잡히면서 재무회계나 경영관리 임원을 보강한다. 현장에서 성과매출을 책임지는 영업과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중용한다.
임원인사를 앞당기고 필요할 경우 상시 임원인사를 통해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판단한다. 강력한 쇄신을 통해 젊은 리더십을 발탁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발 빠르게 수혈한다.”
- 젊은 리더십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을까.
“기술과 디지털 주도의 시장 변화로 혁신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나이, 경력, 경험보다 성과, 실행, 기술친화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디지털전환이 대세가 됐고 저성장 불황기에는 노련한 조직관리자보다 젊고 역동적인 현장플레이어가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 어떤 경우에 외부에서 임원을 영입하는가.
“강력한 엔진이 필요할 때다. 예를 들어 사업성과가 부진해 돌파구가 필요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성공 경험이 풍부한 전문공격수를 찾아야 한다. 특정 부문에서 내부 역량이 취약할 때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과감하게 영입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재무, 인사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조직의 근간을 바꾸기 위해 핵심영역까지 열어두려는 것이다. 내부 인재풀이 좁을 때 임원을 신규 영입해 일정 기간 기업 DNA를 이식한 뒤 핵심경영진으로 발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 기업들은 내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앞서 말한 대로 임원인사를 앞당기고 있다. 조기 임원인사는 새로운 리더십을 빠르게 출범시키면 조직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 조직의 목표도 빠르게 구체화되고 구성원들에게 미션을 재정렬시키는 등 일련의 과정 전체가 앞당겨지면서 조직의 준비태세가 미리 갖추어 진다.
또한 인재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확실한 승부수는 인재다. 경기흐름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은 경기반등의 시기를 점치면서 벌써부터 공격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