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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공천제를 포기 못하는 여야 속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2-11 1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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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가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정치개혁’ 으로 내세웠던 공약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시작으로 6월 지방선거의 막이 사실상 올랐지만 공방만 있을 뿐 조처는 없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면서까지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려는 속내가 궁금하다.

  기초단체 공천제를 포기 못하는 여야 속내  
▲ 원희룡 새누리당 전 의원

◆ 공천제 폐지 공약 내세웠지만 슬그머니 포기

9일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은 언론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공천제 폐지를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며 “공천권은 링컨 때의 노예제도와 같다.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갖고 조종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천제 폐지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국회의원이 위헌소지가 있는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건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1월15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헌법학자와 전문가들이 위헌소지를 제기하고 있는 마당에 헌법을 초월한 제도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정치학회 등은 국회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기초단체 정당공천제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지방 유세를 돌며 “지방선거 의회 여러분의 독립성 확보가 무척 중요한 과제”라며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여러분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드린다” 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천제 폐지의 위헌성을 두고 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공박이 오고갔다. 송호창 의원의 “대통령이 위헌소지가 있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홍원 국무총리는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각 정당들의 움직임을 볼 때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공천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도 이런 새누리당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 공천 불가피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은 일단 폐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두 당의 유지 움직임에 따라 공천도 염두에 두고 준비중이다.

◆ 정치권이 정당공천제를 포기 못하는 진짜 속내는

정치에서 공약 파기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내세웠던 공약을 ‘위헌 소지’까지 내세우며 포기하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기초단체 공천제를 포기 못하는 여야 속내  
▲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후보들은 정당기호 없이 이름만 내걸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역 기초단체장들이 상당히 유리해진다.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크게 이겼다. 민주당 현역들은 대부분 출마가 예상된다. 때문에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마땅치 않은 선택이다.

선거만 놓고 그면 그렇다. 그런데 좀더 길게 보면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현역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역구 관리의 무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초단체의 공천권은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행사한다. 중앙당에서 공천을 해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구청장이나 시장 등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공천권’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구청장이나 시장들이 국회의원의 민원을 군말없이 해결해 주는 것도 국회의원의 ‘공천권’ 때문이다. 또 기초의회 의원들은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지역 관리책’이나 똑같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단체 의원들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받은 ‘물질적 지원’도 무시하기 힘들다. 여야 양당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희룡 전 의원이 “노예제도”라고 한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컨트롤이 안 될 경우 불편한 점이 많다”며 “이들이 나중에는 잠재적으로 국회의원 선거 경쟁자가 될 수 있어 국회의원들이 공천제 폐지를 꺼린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7일부터 8일까지 만19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누구의 책임이라 생각하는지 무작위로 조사했다.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7.1%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이 22.4%로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각 14.8%, 10.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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