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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야당의원들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새 총리를 추천하면 내각 통할권을 주겠다고 해 야권이 요구해온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를 수용했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의 완전한 2선 후퇴를 요구하며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8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하면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국의 실타래는 오히려 더 꼬이고 있다.
총리의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박 대통령이 야권의 ‘2선 후퇴’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맏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의 명령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 의장과 회동에서 새 총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또 향후 정국수습 과정에서 실제 2선으로 물러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치는 총리가, 외치는 대통령이 맡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내치와 외치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아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의 경우 미국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외치로 볼 수 있지만 부지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등 국내문제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결국 새 총리의 권한 범위는 박 대통령의 권한위임 의지에 달린 셈이다.
여야 합의로 새 총리를 추천하는 일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총리 추천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데다 여야가 입장차이도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지루한 여야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은 현 상태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자칫 국정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그 화살이 박 대통령이 아닌 정치권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번 선택이 전략적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임기 보장 및 권한 유지를 위해 김 후보자 카드를 처음부터 사석(버리는 돌)으로 활용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내각 통할권을 주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확한 권한을 담보받는 절차를 진행한 뒤에야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마친 뒤 “국회가 지명한 총리에 대해 실제 국정 운영권을 주는지, 청와대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지 등 추가 확인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확실한 '안전장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셈이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당이 기대하는 총리는 실질적으로 조각권까지도 갖는 명실상부한 거국내각의 책임총리”라며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제안이 우리당의 3대 선결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국정마비 사태를 부른 대통령은 국정에서 물러나라는 것이 민의”라며 “국민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분명한 확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라는 원론적인 말씀만 하시고 대통령이 하실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공을 일단 국회로 던져놓고 보는 시간벌기용”이라고 비판했다.
두 야당은 9일 오전 정의당까지 포함하는 야3당 대표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