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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결국 외국기업에 팔리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8-12 18: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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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택, 결국 외국기업에 팔리나  
▲ 문지욱 팬택 부사장(왼쪽), 이준우 사장(가운데), 박창진 부사장(오른쪽)이 지난달 10일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을 호소했다.

팬택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은 이미 두 번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경험했다. 업계는 팬택이 살 길은 해외매각뿐이라고 한다.

팬택은 12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이사회을 열어 만장일치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팬택은 이사회 의결이 끝난 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준우 대표는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해 관계자 여러분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팬택과 함께 해주신 협력업체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팬택은 그동안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이동통신3사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통3사는 재고가 많다는 이유로 팬택제품 구매를 거부했다.

추가자금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팬택은 11일 만기된 200억 원의 채권을 막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팬택은 이미 협력업체에 지급했어야 할 360억 원의 채권도 연체중이었다.

◆ ‘이통사 책임론’은 여전히 거셀 듯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팬택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이통사에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통사들도 팬택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통사들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팬택만 희생됐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전화시장은 이통사들의 보조금 전쟁으로 왜곡된 지 오래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서 이통사들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자금 사정이 좋지않은 팬택이 무너지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통사들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순차적으로 45일 동안 영업정지에 들어간 것은 팬택에 치명타였다. 팬택은 영업을 재개한 이통사에 추가구매를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재고가 많다며 6월부터 단 한 대의 제품도 구매하지 않았다.

이준우 대표는 이날 이통3사에 보낸 공문에서 “지난달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단말기 공급 재개협의가 진전되고 있지 못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통사에 대한 팬택 협력업체들의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모든 채권과 채무가 동결된다. 이 경우 팬택 협력업체들은 당장 4개월 치 부품대금을 받지 못한다. 법정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팬택이 지급할 채무가 탕감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더 커진다.

홍진표 팬택 협력사협의회 대표는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품대금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협력사들은 전부 도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팬택의 협력업체 수는 550여 곳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있지만 중소기업이 협력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기반이 대기업보다 약한 점을 고려하면 협력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 팬택, 해외로 매각될까

이 대표가 팬택의 자력생존이 어렵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해외매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팬택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 후보들은 중국의 화웨이와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 대부분 중국과 인도기업들이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기업이 팬택을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팬택은 4985건의 국내외 특허와 1만8700여 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팬택이 보유한 ‘엔드리스 메탈(중간에 끊어짐이 없는 메탈 디자인)’ 기술은 애플도 어렵다고 했던 대표적 고급기술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인수매력도 강해진다. 지난 1분기 팬택의 부채 규모는 9900억 원 정도인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채 대부분이 탕감된다. 거의 1조 원에 달하는 부채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에 화웨이나 마이크로맥스 이외의 다른 해외기업들도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당장 팬택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국내 기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다만 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 해외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업계 일부는 해외기업이 팬택 정상화가 아닌 기술확보만을 위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과거 쌍용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벌인 ‘먹튀’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팬택, 결국 외국기업에 팔리나  
▲ 60여개 팬택 협력업체로 구성된 팬택 협력사 협의회가 지난달 17일 서울 SK텔레콤 본사에서 정부와 채권단, 이동통신사들의 팬택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 법정관리 절차 어떻게 진행되나


법원은 12일부터 1주일 이내로 모든 채권과 채무 관계를 동결한다.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 차입금은 물론 이동통신3사와 협력사가 보유한 상거래 채권도 동결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팬택의 금융권 차입금 규모는 총 52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가장 많은 21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상거래채권은 4500억 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1800억 원 정도가 이통3사가 보유한 매출채권이다.

법원은 신청일로부터 한 달 안에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법원은 팬택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법정관리를 판단한다. 지난 3월 채권단이 팬택 기업가치를 실사한 결과 계속기업가치는 3824억 원이고 청산가치는 1895억 원이었다.

팬택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 법원은 팬택의 법정관리인을 지정한다. 필요에 따라서 경영진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팬택의 법정관리가 이준우 대표 등 경영진의 비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관리인이 지정되면 팬택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회생계획안을 두 달 안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회생계획안에 채무조정과 출자전환, 무상감자 등이 포함된다. 팬택이 두 번의 워크아웃에도 결국 자력생존하지 못했기 때문에 워크아웃 때보다 더 혹독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팬택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더 높기 때문에 법원이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부는 이통사가 여전히 팬택 단말기 구매를 거부하고 있어 기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면 팬택은 매각 및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 경우 팬택은 보유 자산을 매각해 채권단과 이통3사, 협력사에 진 부채를 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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