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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8월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SK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에 거액을 출연한 것은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과 무관할까?
야권 정치인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정경유착으로 규정하면서 SK그룹도 대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다 검찰이 삼성 서초사옥을 압수수색하는 등 재벌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SK그룹도 태풍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재벌들이 돈을 낼 때 대가를 기대하고 돈을 낸 정황이 있다”며 SK그룹도 총수가 사면을 받는 등 대가성 의혹이 있다고 지목했다.
◆ 박근혜 면담과 최태원 사면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모두 111억 원을 냈다. 이 금액은 그동안 재계 순위에 맞춰 돈을 냈던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데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해줄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간담회 당일과 이튿날에 걸쳐 총수 7명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안에 김 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수감 중이었다.
그 뒤 미르와 K스포츠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각각 출범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를 통해 두 재단 설립을 위해 모두 111억 원을 내놓았다.
SK그룹이 낸 금액을 놓고 재계인사들은 관행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고 말한다. LG그룹은 두 재단 출범에 모두 78억 원을 출연했는데 SK그룹이 낸 돈은 이보다 2배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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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그동안 재벌이 사회복지성금 등을 낼 때 삼성그룹이 압도적으로 많이 냈고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SK그룹과 LG그룹이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냈다.
그러나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낸 돈이 현대차그룹(128억 원)에 육박한다.
당시 SK그룹은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었다.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이 각각 횡령 등 혐의로 2014년 2월부터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SK그룹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최 회장의 출소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은 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과 간담회가 열리고 한 달 뒤 최 회장은 광복절특사로 사면복권됐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특사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두 재단 기금출연과 최태원 회장의 사면복권은 전혀 관련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SK그룹 추가지원 요구받아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거액을 출연하고도 추가로 투자를 요구받았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에 따르면 정 전 사무총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SK그룹에 80억 원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SK그룹은 금액이 과다하다며 30억 원을 내겠다고 역으로 제안했으나 최순실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씨 측에서 재단기금과 무관하게 추가투자를 요구한 곳을 보면 대기업이 처해있는 상황으로 볼 때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파악하는 곳들이 포함됐다.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K스포츠는 올해 3월 롯데그룹에 75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것을 요구했으나 롯데그룹은 금액이 너무 많다며 3개월을 버티다 결국 70억 원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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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
롯데그룹은 당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여서 정부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였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최순실씨 측이 SK그룹에 추가 투자를 요구한 점도 SK그룹이 내놓을 처지에 놓여있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당시 SK그룹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공정위 심사를 받고 있을 때였다. 또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회장과 달리 여전히 수감중이었고 당시 SK그룹에서 최 수석부회장의 조기석방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점을 감안해 최순실씨 측이 이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SK그룹은 이 두 가지 현안에서 모두 낭패를 보게 되는데 K스포츠의 투자요구를 결과적으로 수용하지 않게 된 점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 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공정위의 불허로 무산됐다. 또 최 수석부회장은 올해 7월 형기의 93%를 채우고 가석방됐을 뿐 사면이나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