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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최순실 게이트 의혹마다 등장하는 까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1-08 15: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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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최순실 게이트 의혹마다 등장하는 까닭  
▲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이 2014년 12월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C5에서 열린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포스코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이름이 등장해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나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관련자 소환을 예고하면서 포스코 경영진의 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포스코, 차은택의 '포레카' 강탈 시도에 연루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특별수사본부는 7일 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송 전 원장은 이른바 문화계 비선실세로 불리는 ‘차은택 라인’으로 알려졌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원장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컴투게더피알케이로 회사이름 변경)’ 인수전에 참여한 한 중견 광고업체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넘겨 달라"고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서 물러났다.

포레카는 포스코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였다. 임직원 60명 규모의 중소규모지만 포스코그룹 핵심 계열사를 광고주로 확보해 연 매출 200억 원을 내는 ‘알짜회사'였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핵심계열사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를 지난해 매각했다.

포스코는 매각 당시 대기업의 인수전 참여를 철저히 배제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포레카는 컴투게더피알케이로 회사이름이 바뀐 뒤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 광고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씨 측이 회사를 강탈하려 했다 실패한 뒤 기존 광고주들에게 세무조사 협박 등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이 차씨의 포레카 강탈과정에 함께 압력을 행사한 데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물론 포스코가 광고물량을 대폭 줄인 경위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 포스코는 왜 정경유착에서 자유롭지 못하나 

포스코는 포레카 관련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여러 의혹에 등장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초 미르와 K스포츠에 각각 30억 원, 19억 원 등 모두 49억 원의 자금을 냈다.

또 황은연 포스코 사장이 최순실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로부터 포스코의 배드민턴팀 창단을 직접 요구받은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더블루K 관계자는 올해 2월 황 사장을 만나 배드민턴팀 창단을 제안하면서 배드민턴팀 창단비용은 많아야 15억 원인데 이보다 서너 배 많은 금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최순실 게이트 의혹마다 등장하는 까닭  
▲ 황은연 포스코 사장.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기금출연은 이사회 승인을 통해 자금을 집행했고 배드민턴팀 창단은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8일 삼성 서초사옥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대기업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이런 의혹과 관련된 포스코도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포스코는 두 재단에 돈을 낸 주요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씨와 주변인물, 안 전 수석 등 정권 핵심실세들이 특별히 겨냥한 기업들 가운데 약점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들도 다수 있다. 한화그룹, CJ그룹, SK그룹 등은 총수가 재판 중에 있었고 롯데그룹은 오너 경영권 다툼 등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 점에서 공기업에서 민영화한지 오래인 포스코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정경유착 의혹을 받는 점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가 약점이 잡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략 몇 가지로 요약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이 전신으로 박정희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회사다. 태생부터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권오준 회장도 학자 출신으로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정권 눈치보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 회장은 취임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다. 또 해외사업에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권 회장은 올해 5월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포스코는 민영화 뒤에도 공기업 색채를 완전히 벗지 못했고 주인이 없는 회사여서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박태준 회장부터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회장 등 역대 회장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인비리 등의 이유로 교체됐다. 또 그럴 때마다 ‘낙하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권오준 회장의 연임과 후임 수장을 둘러싼 내부실세들 사이의 권력암투설도 흘러나왔다.

이번에 배드민턴 창단을 요구받는 과정에서 포스코 경영진이 보낸 문자의 내용이 ‘황은연 사장 비서실’ 명의로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황 사장은 권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유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를 외압의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것은 정경유착이 고질적으로 뿌리깊어 기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도 포스코가 주인 없는 회사란 점에서 비선실세들이 가장 만만하게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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