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재무안정화 속 실적 개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그룹의 지속적 지원 속에서 재무안정성을 다지고 사업재편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허 대표는 모기업 품에 온전히 안긴 이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규모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최대주주 이마트는 10월29일까지 신세계건설 잔여 유통주식 212만661주(27.33%) 모두를 공개매수해 신세계건설을 상장폐지한다. 현재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지분 546만8461주(70.46%)를 들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 절차는 허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된 뒤에도 이어진 신세계그룹의 ‘건설 살리기’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그룹 지원에 힘입어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한 신세계건설은 부실사업을 털어내는 재편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상장폐지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 과정의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소액주주의 피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먼저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효율적 의사 경영체제를 구축해 건설 사업구조 재편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건설 부실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대위변제, 채무보증 이행 등이 추가 손실로 이어져 단기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첫 수시인사로 허 대표 선임을 진행할 정도로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허 대표가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신세계그룹까지 범삼성가 계열 그룹에서 35년 넘게 일한 재무전문가인 점도 그룹에서 신세계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풀이됐다.
모회사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신세계건설 지원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1월 이마트 100% 자회사였던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 결정을 시작으로 그룹 지원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1월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35억 원인 반면 자산은 720억 원, 연간 순이익만 411억 원을 본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인수를 마치며 자본을 확충했다.
이어 레저부문을 그룹 계열사 조선호텔앤리조트에 2078억 원에 매각했다. 레저부문 매각은 신세계건설 전체 부채의 25% 안팎을 차지했던 골프장 입회금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5월9일 허 대표 선임 뒤에는 이마트가 자금보충약정을 서는 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채권이지만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본 확충에 성공한 것이다.
이 외에도 1월과 4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2천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사모사채 발행에서는 그룹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가 6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런 노력들로 신세계건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76.2%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7.7%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부채는 1조1418억 원에서 1조807억 원까지 줄어들었고 자본은 1171억 원에서 7316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허 대표에게는 여전한 수익성 난관을 떨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신세계건설 지난해 자재비, 인건비 등 원가 상승과 함께 대구 지역 미분양사업장 관련 손실을 반영하며 연결기준 영업손실 187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원가율이 107%에 이르면서 2022년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15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올해는 상반기 영업손실 643억 원, 원가율 103%로 소폭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건설은 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주택사업 미분양 리스크를 아직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 등을 포함한 신세계건설 대구 주요 주택사업장의 분양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0% 안팎인데 상반기가 지나도록 큰 반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말 공사미수금은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에서 412억 원, 본동 빌리브 라디체에서 917억 원이 잡혀있다.
특히 허 대표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화할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청라’ 사업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스타필드 청라 돔구장 조감도. < 인천시 >
신세계건설은 6월 ‘스타필드 청라 신축공사(8227억 원)’와 ‘스타필드 청라 신축공사 중 전기공사(1011억 원)’을 따내며 9천억 원이 넘는 그룹사 일감을 수주잔고에 더했다.
스타필드 청라는 청라국제도시역 인근 15만4천㎡ 부지에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로 돔구장을 포함한 복합문화관람시설과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합친 공간으로 조성된다. 현재 착공에 앞서 바뀐 돔구장 설계를 적용한 건축허가 변경 절차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필드 청라 공사는 상반기 말 신세계건설 수주잔고 2조6879억 원의 30%를 차지하는 대형 일감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매수가 계열사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건설 연결기준 실체를 이미 포함하고 있어 추가 지분 취득 뒤에도 지배구조는 동일하게 유지된다”며 “이마트의 예상 현금유출 규모와 유동성 및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공개매수에 따른 지배구조 및 (그룹의) 지원의지에 변화가 없어 계열지원가능성 적용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