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9-20 15: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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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앞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
30만 원대 냉장고와 청소기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극대화한 제품이 1~2인 가구, 젊은 고객층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의미다.
▲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자체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롯데하이마트의 수익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체브랜드 상품군 확대가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에 근본적 토대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남창희 대표가 고객층 확대를 통한 수익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롯데하이마트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남창희 대표가 자체브랜드 상품을 앞세우면서 유의미한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싱글원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자체브랜드 상품 '싱글원 UV살균 스테이션 청소기'는 출시 한 달 만에 초도물량 2천 대가 완판됐다. 5월 출시한 ‘싱글원 냉장고’ 역시 출시 보름 만에 초도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해당 상품들의 구매고객은 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1·2인 가구의 젊은 층으로 파악됐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자체브랜드 ‘싱글원 시리즈’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젊은 층의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잠금효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매장 방문시 다른 가전의 구매로도 이어지는 등 연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과 같이 구매주기가 짧고 생필품에 속하는 자체브랜드 상품은 매장 방문시 다른 제품군의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형마트의 경우 자체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러 갔다가 다른 생필품을 구매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가 주로 취급하는 가전 제품은 교체주기가 길고 여러 제품과 가격 및 성능 등을 비교한 이후 구매로 연결되기 때문에 구매가 연쇄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체브랜드 상품을 기획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자체브랜드가 그동안 가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점도 회의적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6년부터 자체브랜드 ‘하이메이드’를 출시해왔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가 낸 전체 매출에서 하이메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하이메이드가 출시한 상품수가 많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9년째 하이메이드를 대표하는 상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출시한 ‘싱글원 시리즈’의 냉장고와 청소기는 초도물량이 단기간에 완판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2개 품목만 놓고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기에는 다소 무리도 있어 보인다.
싱글원 시리즈의 냉장고와 청소가의 가격은 모두 약 30만 원이다. 각각 초도물량인 3천 대와 2천 대가 모두 판매됐다고 해도 총매출은 15억 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야 유의미한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제품들의 용량과 기능 등을 고려해봤을 때 3인 이상 가구와 신혼부부의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제품이 폭발적으로 팔리는 고객층은 3인 이상 가구와 신혼부부인데 1~2인 가구에게서 유의미한 수준의 판매량을 거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브랜드 상품이 저렴하긴 하지만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 롯데하이마트는 1~2인 가구를 공략한 '싱글원 시리즈'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싱글원 냉장고'.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자체브랜드 상품은 롯데하이마트가 제조사와 직접 협업을 통해 제작하기 때문에 마케팅, 홍보 등 각종 부대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게다가 자체브랜드 상품은 새로운 기능보다 꼭 필요한 핵심 기능만을 압축적으로 포함시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창희 대표 입장에서 보면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인 자체브랜드 상품군 확대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남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롯데하이마트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자체브랜드를 꼽았도 실제로 이에 힘도 많이 쏟았다. 남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남 대표는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점유율 확대가 아닌 재고관리와 점포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구조의 본질적 개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 매출은 2021년 3조8천억 원가량에서 2023년 2조6천억 원가량으로 크게 뒷걸음질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천억 원대에서 8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남 대표는 현재 자체브랜드 하이메이드의 재단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자인, 개발 역량, 고객 서비스 강화 등 브랜드 새단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부가적 기능 없이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롯데하이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이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또한 롯데하이마트는 전국적으로 지점이 분포돼있어 자체브랜드 상품의 AS 서비스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강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