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 인선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 5곳의 사장 인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발전사 사장으로 전직 국회의원이 임명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정감사 등 정치적 일정이 겹쳐 사장 선임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9일 발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발전 5사의 사장 인선은 9월 중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당초 발전사 사장 인선은 9월 중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됐다.
발전5사는 7월부터 사장 공모를 시작해 각각 사장 후보자를 3배수로 추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했다.
공운위가 9월 첫째 주에 열릴 회의를 통해 단수 혹은 2배수 후보자를 의결한 뒤 인사 검증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6일 열린 공운위에서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두 곳의 사장 후보만 최종 의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세 곳의 사장 인선은 추후에 다시 논의돼야 한다.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하면 공운위 의결이 9월 말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전5사 사장 인선은 시작부터 지연됐다.
현직 사장들 임기가 올해 4월에 마무리됐음에도 7월에야 사장 공모가 나왔다. 10월에 사장 인선이 마무리된다고 가정해도 현재 사장들이 6개월 더 자리를 지키게 되는 것이다.
▲ 권명호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 권 전 의원은 동서발전 사장으로, 강 전 의원은 남동발전 사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
발전5사의 사장 인선이 지연된 주된 이유로는 정치권의 입김이 꼽힌다.
이번 발전5사 사장들의 임기 만료 시기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겹쳤다. 정치권과 발전업계 안팎에서는 발전 5사는 물론 공공기관 기관장 인선에 불출마 혹은 낙선한 정치인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에서 정치인 출신을 중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운위 결과 역시 발전 5사 사장에 정치인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에 힘을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장 인선이 상대적으로 진척을 본 중부발전, 서부발전은 모두 한전 출신 혹은 내부승진 인사가 사장 후보로 거명되는 곳이다. 서부발전은 이정복 전 한전 경영관리부사장이, 중부발전은 내부 인사인 이영조 기획관리본부장의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
두 곳은 이전부터 사장 인사가 비슷한 기조로 이어졌다. 현역인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과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 역시 각각 한전 출신과 내부 출신이다.
반면 나머지 세 곳은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동서발전 사장으로는 권명호 전 국민의힘 의원, 남동발전 사장으로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로 거명된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사장에 임명된다면 한전 발전자회사 사장 가운데 처음으로 전직 국회의원이 임명되는 사례가 된다.
남부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인 김준동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여당의 현직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인사와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례 없이 발전 5사에 정치인 출신 사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장 인선 일정이 더 늘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가 있는 만큼 발전 5사의 새 사장은 취임 뒤 바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야 한다. 전례 없는 정치인 출신 사장에게 질문 공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무적 부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공운위는 국정감사 이후에나 열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발전사 사장 인사는 통상적으로 5곳이 함께 일정을 맞춰서 함께 진행되는 데 현재와 같은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