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9-09 15: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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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여야가 의료대란을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로 출범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정부는 의료계에 의대증원 규모에 관한 합리적 근거를 지닌 의견을 제시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의료계는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부터 시작한 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청에서 회동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야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의정 갈등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을 논의했다.
아직까지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여야는 추석 전에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 참여문제”라며 “야당에선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는 대화를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부와 여당에 의료계가 회의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며 “야당도 이미 의정협의체를 제안했던 만큼 이번에는 문제 해결에 추석 전후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바람처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추석연휴 시기에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6일 여당 측의 여·야·의·정 협의체 추진이 발표된 뒤 참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기도 했다. 서울대의과대학과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증원은 논의 주제에서 배제한 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제시할 것을 의료계에 요구하자 의협에선 당장 2025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를 향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고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2025년 입학 정원 재검토가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단식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최한나 의협 대변인은 MBC뉴스데스크에 “2025학년도 증원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2026학년도는 의대정원을 줄여야 할 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협의체에 들어갈 수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2025학년도 의대증원’이 논의가 가능한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큰 이유는 서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된 상황에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은 대학별로 9일부터 13일까지 3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의과대학도 정원의 60% 이상을 수시로 선발하는 만큼 의대 입시 레이스가 이미 본격화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상을 위해 2025학년도 의대증원을 전면 백지화하거나 재논의를 거쳐 의대 모집정원을 조정하면 정부의 증원 발표를 믿고 대학진학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증원 재검토와 관련해 “9일부터 수시 원서 접수가 이뤄지고 있는데 수시 일정을 연기한다면 수험생들이 이런 일정 연기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이라며 “소송에서도 정부가 이길 방법이 없고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이 철회되지 않으면 대학에서 의대생들을 교육시킬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교육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1500명을 늘렸는데 대다수가 휴학한 상태인 기존 의대생 1학년들이 복학하게 됐을 때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올해 증원을 강행하면 내년부터 수년간 의대와 수련병원의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 복귀인데 전공의들의 첫 번째 요구가 의대증원 전면백지화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의 간극이 큰 만큼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은 채 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사자인 의료계가 빠진 채 협의체가 출범하면 (정치권이) 결정한대로 따라오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상처가 난 곳에 소금뿌리는 격인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다룰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의료대란에) 사과는커녕 2025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없다며 선부터 긋고 있다”며 “정부가 만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시작되는 협의체인 만큼 적절한 대화 주체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협의체를 내실 있게 구성하는 게 정부여당의 몫이자 능력”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