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도 예산안 증가폭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5년도 국세수입을 382조4천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당초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했던 목표보다 약 19조원 적은 수치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긴축재정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두고 비판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이 발표된 뒤 분석보고서에서 “재량지출 증가율 0.8%는 코로나 손실 보상금이 사라진 2023년의 예외값(outlier)을 제외하고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라며 “정부의 감세로 재정건전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적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의 재량지출 증가가 미미하다는 점은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을 해나갈 수 있을 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안 심사와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정부가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등 줄어든 세수를 늘릴 방안은 고려하지 않은 채 편성된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 재정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허영 예결위 간사는 27일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드러난 예산안"이라며 국회 심사를 통해 대폭 수정할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개별 사업 부분에서 ‘칼질’을 예고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브랜드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당시에도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과 관련한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3천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바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내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민생을 강조했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심각한 내수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한마디로 내수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가 R&D 사업 예산을 두고도 정부여당과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사상 최대인 29조7천억 원으로 책정했지만 민주당은 대폭 삭감되기 전과 비교해 증액 수준이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진 의장은 “정부는 R&D 예산이 29조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2023년 R&D 예산 규모인 29조3천억 원에서 소폭 상승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주택 관련 예산도 민주당으로부터 수정 요구를 받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2025년도 공공주택 예산은 14조9천억 원으로 편성됐다. 2024년도의 18조1천억 원보다 적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로는 역대 최대 25만2천 호의 공공주택 공급을 뒷받침하겠다고 하면서 공공주택 예산은 올해보다 3조 원이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