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불을 지핀 영화 티켓값 고가 논란이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티켓값이 매년 올라 1만4천~1만5천 원에 이른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재 티켓값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란 여론이 많다.
▲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불을 지핀 영화 티켓값 고가 논란이 격렬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의 형편을 보면 폭리를 취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사진은 최민식씨가 17일 방영된 MBC ‘손석의의 질문들’에 출연해 얘기하는 모습. <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
하지만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회사들로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도 간당간당한 형편이라 티켓값을 둘러싼 논란이 억울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23일 온라인상에서는 최민식씨의 “나라도 (극장에) 안 간다” 발언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화 티켓값이 비싸다는 점을 지적한 최민식씨의 말에 반박하며 맞불을 놨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티켓 가격 1만4천 원이 적당하냐고 묻는다. 할말이 없다. 적당한 가격이 그냥 가격이다”라고 적었다.
최민식씨가 티켓값 고가 논쟁을 불러일으킨 데 관한 자신의 비판적 시각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논란의 중심엔 1만4천~1만5천 원에 이르게 된 티켓값이 있다.
티켓값은 2019년 1만2천 원 수준에서 2020년, 2021년, 2022년 매년 1천 원씩 오른 뒤 가격 인상을 멈췄다. 2년5개월 동안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2명이 영화를 보는 비용이 3만 원이나 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다만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의 형편을 보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해 멀티플렉스 3사(CJ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영업실적을 보면 CJCGV를 제외하면 모두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손실 136억 원을 냈고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은 영업손실 177억 원을 봤다.
CJCGV는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 85억 원을 내며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차입에 대한 이자 등을 뺀 뒤 남은 순손실은 1492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사로서 실적이 공시된 CJCGV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2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9% 증가한 것이지만 해외사업을 모두 합산한 수치라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티켓값 논란의 무대가 된 국내시장만 떼어 놓고 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38억 원으로 되레 전년 2분기(93억 원)보다 56억 원 줄어들었다.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1.9%로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메가박스 실적도 상장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실적자료를 통해 확인이 되는데 1분기에는 매출 854억 원에 영업손실 14억 원을 냈고 2분기에는 매출 712억 원에 영업이익 1억 원을 거두며 흑자를 봤다. 역시 실적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실제 영화 관람을 위해 지불하는 티켓값은 정가보다 크게 낮은 사례가 많다. 아침 할인이나 통신사 할인 등 각종 이벤트들을 활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CGV의 2분기 평균 티켓값은 9093원이다. 메가박스는 9546원이다. 모두 1만 원이 채 안된다.
영화관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의 비교 대상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보는 게 맞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야외에서 하는 활동에서 가족, 친구, 연인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가치를 고려해 본다면 영화 관람의 가격도 그에 걸맞게 산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반문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싸게 볼 수 있는 방법도 많기 때문에 막연히 명목적 가격만 놓고 비싸다고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극장사업자들로서는 영화 티켓값을 책정하며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영화관업계 다른 관계자는 “영화 티켓 수입은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와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라 일반 상품의 가격 책정 구조와는 다르다”며 “극장이 가격을 낮추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로서도 더 많은 관객이 와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티켓값 고가 논란은 최민식씨가 한 TV프로그램에서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최민식씨는 17일 방영된 MBC ‘손석의의 질문들’에서 OTT와 같은 플랫폼이 확산하는 것을 영화배우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관련한 질문에고 “티켓값이 많이 올랐잖느냐. 좀 내려야 한다. 갑자기 그렇게 확 올리면 나도 안 간다”며 “1만5천 원이면 스트리밍서비스를 앉아서 여러 개를 보는 게 낫겠다”라고 대답했다.
▲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론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 그리고 개인적 괴롭힘'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병태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이런 최민식씨 의견에 공감대가 커졌는데 한편으로는 이병태 교수처럼 최민식씨의 의견에 반박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교수는 곧장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최민식씨의 발언을 놓고 “세상에서 가장 값싼 소리”라며 “남의 돈으로 인심 쓰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격이 내려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라고 해도 내린다”며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은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 극장을 위해 자신의 출연료를 기부하기라도 했나”고 꼬집었다.
다만 애초에 최민식씨의 발언의 본래 취지가 왜곡돼 전달된 측면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티켓값 문제를 짧게 언급한 것이 지나치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영화관업계 한 관계자는 “최민식씨가 말한 취지가 ‘가격이 문제다’라기 보다는 ‘파묘’와 같이 잘 된 영화들의 사례처럼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콘텐츠가 있으면 언제든지 극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취지였는데 가격이 문제인 것처럼 비춰져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