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8-23 15: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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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효과를 언제나 거둘까?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 경영개선실 출신 김홍철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사) 대표이사의 어깨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내세울 만한 성적표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에는 편의점 CU와 GS25의 양강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가시적 성과까지 만들어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코리아세븐의 상황을 살펴보면 김홍철 대표가 하반기에 미니스톱 인수 효과를 내는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김홍철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사진)가 하반기 미니스톱의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를 내야할 부담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 결정은 2022년 최경호 전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최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말 코리아세븐의 바통을 김 대표에게 넘겼다.
김 대표가 당면한 과제는 세븐일레븐와 미니스톱의 합병 시너지를 창출하고 재무부담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었다.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과 인수합병을 결정한 뒤 통합 작업에 따른 각종 비용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재무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성과는 좋지 않다.
코리아세븐은 2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3867억 원, 영업손실 9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6% 감소했으며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코리아세븐은 저수익 점포의 전략적 구조조정 등에 따라 매출이 줄었고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후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설명대로라면 앞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으로 여겨지지만 코리아세븐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로서도 코리아세븐의 현주소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롯데그룹에서 경영개선 업무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0년생으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이후 1995년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홍보 및 영업을 맡았다. 2005년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책본부 개선실로 이동했고 이후 꾸준히 경영개선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롯데지주가 출범한 뒤 임원으로서 경영개선2팀장과 경영개선1팀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22년 롯데 유통군HQ(헤드쿼터) 인사혁신본부장을 맡았던 것도 인사혁신이라는 업무가 경영개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 대표가 2023년 말 실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에 발탁된 것도 과거 이력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업계 양강으로 평가받는 CU와 GS25 사이에서 치여 만년 업계 3위로 평가받았다. 점포 수를 늘이기도 쉽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김 대표가 코리아세븐 수장으로 발탁된 것은 경영개선에 오래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코리아세븐의 체질을 개선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인사, 조직,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은 만큼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이끌어낼 적임자로 발탁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의 체질 개선 업무에 중점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매장 입지를 고려한 점포 효율화다.
김 대표의 점포 정리 기준은 점포당 매출이다. 고매출 점포는 유지하되 매출이 낮은 점포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점포당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점포의 입지다. 주택지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수의 유동인구가 존재하고 임차료가 너무 높지 않아야 하며 주변 상권에 술, 담배를 과다하게 파는 장소는 삼가야 한다는 등의 입지조건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실제로 점포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기존 저매출 매장을 정리하고 더 좋은 입지에 새로운 점포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점포 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매출 우량 입지 중심의 신규 출점을 이어가되 점포 재단장도 진행해 기존 점포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FC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 행사장에서 “새로운 점포를 내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존 점포들이 동일한 상권 내에서도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임대료 등이 달라져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 효율화 작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앞으로 점포수가 줄어드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유동인구가 많고 매출이 잘 나올법한 입지에 새로운 점포를 세우고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점포수가 매우 중요하므로 점포수를 늘려갈 예정이지만 증가세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각 개별 점포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지를 고려해 매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 사업의 특성상 점포 수가 실적과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김 대표가 점포 효율화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본격적인 미니스톱 인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편의점 사업은 일반적으로 점포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남품업체와 협상할 때 협상력이 커져 납품가를 줄일 수 있으며 물류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편의점 점포 수를 살펴보면 CU 1만7762개, GS25 1만7390개, 세븐일레븐 1만3130개, 이마트24 6598개 순이다.
▲ 올해 3월 미니스톱의 점포전환이 모두 마무리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압박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까지 CU와 GS25 모두 점포 수가 꾸준히 늘어났으며 세븐일레븐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해왔던 것을 고려해보면 지난해 말보다 업계 1, 2위와의 점포 수 격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세븐일레븐이 CU 및 GS25와의 점포수 차이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게 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의 격차 또한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가 올해 안에 점포 효율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점포 수 확대에 속도를 내야할 필요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하반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마케팅을 차별화한다는 전략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경쟁력 부문에서는 세븐일레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상품 라인업 확대에 집중한다.
자체 브랜드(PB) ‘세븐셀렉트’를 중심으로 한 신제품 출시를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해외 세븐일레븐 점포의 인기 상품을 직접 조달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과 프리미엄 차별화 상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이다.
마케팅 부문에서는 스포츠 연계 마케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손잡고 K리그 파니니카드를 선보인데 이어 야구와 배구 관련 카드도 출시했다. 누적 판매량 450만 장을 넘기며 7월 오프라인 팝업 매장을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사업의 본질과 기본에 충실한 매장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과 함께 사업 다방면에서 통합 시너지 창출 성과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