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8-23 13:56:5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 뒤 민생 챙기기 행보에 힘주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표는 첫 임기에서 윤석열정부 견제를 기치로 핵심 지지층을 결속시키는데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기 체제에선 대선을 염두에 두고 민생 관련 입법과 정책 수립을 통해 중도층으로 지지세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전국당원대회에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불끈 쥔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 캠프>
23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21대 국회때보다 22대 국회 개원 뒤 민생법안을 위한 의정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22대 자신의 2호 법안으로 지방근로감독관제 도입방안(근로기준법 개정안, 사법경찰법 개정안)을 최근 직접 발의했다. 이 방안은 최근 벌어진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 사태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노동 현장을 감시감독할 수 있도록 해 아리셀 공장 같은 화재뿐 아니라 평택항에서 벌어진 사망 사고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게 지방정부가 근로감독 업무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노동자 안전 업무를 지방이 분담해야 촘촘한 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놓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위기극복특별법)'도 '민생'에 방점을 찍은 행보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처럼 국민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경기를 살리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표는 4월 총선 전부터 "민생경제에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원금을 골목상권에서 쓸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가 겹친 바쁜 일정 속에서도 22대 국회 개원 뒤 단 2개월 여 만에 2개 민생법안을 발의해 여느때보다 강한 민생 정책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직을 수행하느라 지난 21대 국회 4년동안 6개 법안 발의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조만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금융투자소득세 △전국민25만원지원법 등 민생법안 처리과제와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에게 대표회담을 제안하며 "어려운 민생문제,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하자"며 "서민경제를 지원하고 경제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이례적이란 반응이 많았다. 과거 정치권 관행으로 볼 때 야당 대표들은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원하지만 여당 대표와 별도 회담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이 대표 역시 21대 국회까지는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이를 놓고 이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민생과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대표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연임 뒤 19일 진행한 첫 최고위원회에서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라며 "이제는 민주당에 부여된 국민의 기대를 모아 실천으로 성과를 낼 때"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인사들과도 잇달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 대표의 이같은 민생행보를 두고 민주당의 리더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만큼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중도층으로 지지세 외연 확장이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 비명(비 이재명)계의 반발에 애로를 겪었다. 그 뒤 4월 총선과 최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에 '일극체제'를 완성해 외연 확장에 나설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오른 김민석, 전현희, 한준호, 김병주, 이언주 의원 모두 친명(친 이재명)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이를 놓고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완성됐다"며 "유능한 민생정당 민주당의 모습을 실행함으로써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고 집권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1년 11월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민생 행보를 통해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을 노리는 데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교훈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득표 차이는 25만 표 정도에 불과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종합부동산세 부담에 화가 난 서울 중도층 시민의 선택이 당락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당시 서울에서의 득표수 차이만 31만 표에 이르렀다.
김영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선 패배 직후인 2022년 3월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부동산민심을 결국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에 대해서 국민들이 회초리를 크게 더 드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과거 민주당 당론과 다른 정책을 검토하려는 데도 이 같은 경험이 작용했을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외연확장 노력이 일부 중도층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월 이후 주요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대표 등 주요 대권주자에 확실하게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주자 적합도는 43.2%로 22대 총선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2위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25.6)에 17.6%포인트 앞섰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중도층 지지율이 43.1%(한동훈 23.2%)로 전체 지지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번호를 활용(RDD)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한 조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치의 본질은 민생"이라며 "정치하는 사람이 민생을 다스리지 못하면 중도층이 떠나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도 잘 먹고 잘 살수 있게 하면 중도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