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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티모니 무기화'로 미국과 동맹국에 무역보복 시동, 한국도 영향 가능성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4-08-21 15: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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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티모니 무기화'로 미국과 동맹국에 무역보복 시동, 한국도 영향 가능성
▲ 중국 당국이 희귀금속 소재인 안티모니 수출을 규제하며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무역보복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국기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에 대응해 희귀 소재인 안티모니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무역보복에 나섰다.

전 세계 안티모니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공급망 통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을 일으켜 미국을 비롯한 국가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21일 “중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 정책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희귀금속 소재인 안티모니 광석과 가공물, 화합물 등을 해외로 수출할 때 반드시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안티모니는 반도체의 성능 개선과 디스플레이 제조, 적외선 및 열 감지센서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소재다. 중국이 글로벌 전체 공급량의 약 50%를 책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상무부는 이러한 조치가 특정 국가나 지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등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미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등 다수의 금속 소재와 희토류 등을 대상으로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며 미국과 동맹국을 대상으로 무역보복 조치에 나섰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안티모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산 소재 수입 차단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었다.

중국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안티모니 공급을 엄격히 통제한다면 여러 제조업 분야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씽크탱크 CSIS는 안티모니가 특히 군사무기 분야에서 중요하게 쓰인다는 데 주목했다.

현재 미국은 안티모니 수입 물량의 약 63%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수출 물량이 줄어든다면 군수 공급망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안티모니를 무역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과 미국의 국가 안보를 모두 위협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SIS에 따르면 호주와 타지키스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안티모니가 생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중국으로 건너가 가공을 거친 뒤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가 중국에 안티모니 공급망을 의존하던 데 따른 약점이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중국 '안티모니 무기화'로 미국과 동맹국에 무역보복 시동, 한국도 영향 가능성
▲ 타지키스탄에 위치한 안티모니 광산 전경.
미국은 1900년대 중반까지 90%에 이르는 안티모니 자급률을 갖추고 있었으나 환경 규제가 강화된 영향을 받아 1990년대 이후에는 수입 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현재 미국이 안티모니를 자국 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폐배터리에서 이를 추출하는 등 제한된 방법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CSIS는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거나 호주와 타지키스탄의 안티모니 정제 설비 구축을 유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단기간에 중국의 수출 통제 영향에서 벗어날 묘책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CSIS는 안티모니 평균 가격이 이미 지난해에만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본격화된다면 더 가파른 상승폭을 보일 공산이 크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더 많은 동맹국으로 수출 통제를 검토한다면 자연히 한국도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 소재 수급 차질에 따른 타격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을 겨냥한 무역보복 조치에 상대적으로 유보적 태도를 보여 왔다. 네덜란드나 일본 등 다른 미국의 동맹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며 중국 정부가 더 과감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안티모니 수출 통제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의 자주권과 안보, 국익을 침해하는 해외 국가에는 대응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략 자원으로 안티모니를 무기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CSIS는 “안티모니는 중국 정부가 무역보복 조치에 나서고 있는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희귀금속 및 희토류 공급망에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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