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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토큰증권 규제샌드박스 뒤 5년간 입법 미비, 사업자 다 범법자 될 판"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4-08-16 1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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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토큰증권이 이른바 혁신금융서비스로 국내 시범도입된지 벌써 5년 가까이 됐는데 이 분야의 법제화 논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이에 토큰증권 사업을 하는 분들은 규제 불확실성에 지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지은 대한변호사협회 금융변호사회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큰증권의 미래' 세미나에서 "토큰증권을 놓고 자본시장법을 포함해 법 제도가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장] "토큰증권 규제샌드박스 뒤 5년간 입법 미비, 사업자 다 범법자 될 판"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 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큰증권의 미래'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은 회장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모범기준 같은 걸로는 부족하다"며 "이런 소프트한 규제가 사업자 면책을 해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조각투자'라고도 하는 '토큰증권' 산업의 발전방향과 입법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 자리에 금융계와 학계, 법조계, 금융당국 및 토큰증권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정책 방향에 대해 토의했다.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바탕으로 증권을 디지털화 한 것을 말한다. 

금융업계와 IT업계에서는 토큰증권을 통해 전통적인 주식, 채권 뿐만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기업의 프로젝트 투자 등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금융서비스 전반에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지고 금융사업자는 고객을, 기업들은 투자자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내용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현재 법적으로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혁신금융서비스사업자'들을 합법적 영역에 올려놓자는 것이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주식과 채권 등 특정한 방식의 증권만 발행할 수 있고 이를 거래하는 유통시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토큰증권과 같은 신사업이 출현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했으며 이를 통해 여러 토큰증권 사업자들이 각종 규제 적용을 유예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이 사업을 지원하고 규율하기 위한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규제샌드박스는 2년의 시한이 있으며 2년 뒤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4년 이후 관련 정식 입법이 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폐업 위기에 놓이게 된다. 2019년 12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이미 4년이 지난 어느 부동산 토큰증권 관련 기업은 규제샌드박스 종료 이후 규제개선 요청제도를 통해 사업의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또 소수의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합법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사업영역에 한계를 둬 혁신서비스를 개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토큰증권 플랫폼기업 바이셀스탠다드의 이하늘 부사장은 "과거 우리가 일본의 더딘 디지털전환을 비웃었지만 이제 우리가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며 "일본은 일찌감치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사업영역을 넓혀주면서 토큰증권 발행규모가 1천억 엔(92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국내에 행정규제가 추가되면서 시장발전을 가로막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년 동안 13군데 토큰증권 사업자들이 낸 상품이 30개에 그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혁신은 여러 주체들이 참여해 자유롭게 활동해야 나온다"며 "입법이 어렵다면 규제샌드박스의 문호라도 넓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미술품이나 가축, 부동산 등으로 제한되는 사업영역도 주식 증권 등 전통적 증권으로 확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장] "토큰증권 규제샌드박스 뒤 5년간 입법 미비, 사업자 다 범법자 될 판"
▲ 16일 토큰증권 산업의 발전방향과 입법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개최된 '토큰증권의 미래'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이사는 "미국의 경우 한국처럼 미술품과 부동산 같은 새로운 형태의 증권 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증권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빠른 법제화와 여러 입법도움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토큰증권은 향후 스타트업의 원활한 자본조달과 기업의 프로젝트 단위 투자 등에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된다"며 "제도화가 된다면 더 많은 조각투자기업들이 진출하고 더 빠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토큰증권의 합법화를 향한 산업계 목소리가 높지만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정재욱 법무법인주원 변호사는 "이 법은 이른바 쟁점법안이 아니며 여야간 이견도 없는 상태다"라며 "다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 21대국회에서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토큰 사업을 입법지원하기 위한 총대를 맸으며 2023년 7월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합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 국회를 넘지 못하고 2024년 5월29일 자동폐기됐다. 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하면서 관련 논의가 멈췄다.

이에 당내에서 금융에 밝다고 평가받는 조정훈, 최은석, 김재섭 의원 등이 토큰증권의 합법화 논의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한 김재섭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아무쪼록 많이 배우겠다"며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금융 혁신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 쌓아온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데 있다.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는 "법안의 뼈대가 나온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 블록체인업계에서 2년은 강산이 바뀌어도 여러번 바뀌는 시간"이라며 "일단 도입을 하고 민간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혀용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금융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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