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동통신3사가 단말기 구매를 거부하고 채권단도 추가지원을 꺼려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들은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청산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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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팬택 사장 |
팬택은 8일까지 이동통신 3사와 채권단의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이르면 1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1조 원 대에 이르는 채권단 및 협력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팬택은 그동안 워크아웃을 재개해 회생에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이통3사가 단말기 구매를 거부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지원도 끊긴 상태다.
팬택은 당장 11일 채권 200억 원 가량의 만기가 돌아온다. 또 협력업체에 이미 지급했어야 할 채권 360억 원도 연체중이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5일 이통사들이 13만대 규모의 팬택 단말기 구매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며 "어음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상황변화가 없으면 늦어도 11일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애초 법정관리 만큼은 막아보려고 애를 썼다. 지난달 총 1531억 원에 이르는 이통3사 상거래채권 전액을 2년 동안 유예받고 채권단의 워크아웃이 결정되면서 회생의 싹이 보이는 듯 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있을 수 있어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을 팔 길이 없는 상황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결제할 수 없게 되자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팬택은 채권단에 당장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신청 후 7일 이내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법정관리가 개시되기 전까지 모든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팬택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52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의 대출금이 21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1600억 원, 농협 800억 원이다. 이통3사와 협력업체의 매출채권 등 상거래채권은 4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과 동시에 받지 못하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야 한다.
법원은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30일 안에 개시를 결정한다. 법정관리 개시가 정해지면 이로부터 4개월 내에 회생 혹은 청산을 판단한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회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이통3사가 단말기 구매를 해주지 않는 이상 실적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팬택이 청산단계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강하게 나온다. 청산절차를 밟는 것으로 정해지면 사옥 등 팬택의 보유자산을 매각해 채권단이 비율에 따라 나눠갖게 된다.
만약 청산되지 않고 회생절차를 밟는 쪽으로 법원이 결정하면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결정된다. 채권원금 회수율이 평균 20% 안팎인 경우가 많고 금융권 차입금이 우선변제되도록 돼 있어 이통3사는 원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팬택 협력사들의 줄도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팬택의 협력사는 550여 곳으로 이들 회사는 물량공급 후 약 4개월이 지나 대금을 결제받았다. 팬택은 지난달 3월 납품분을 결제해주지 못했다. 6월 공급분을 고려하면 4개월분의 대금결제가 남은 셈이다.
홍진표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 회장은 "팬택 협력사 550곳 가운데 30%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제조업체들의 물량도 동시에 공급하고 있다"며 "4개월치 팬택 공급분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규모가 큰 부품업체의 자금사정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