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 패서디나 경찰서를 찾은 구경꾼들이 테슬라 전기차량에 기반한 순찰차들을 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평균 가격이 하락해 ‘캐즘(대중화 이전 수요 둔화)’을 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현지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K배터리 3사로서는 딜레마를 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늘수록 수주 물랑은 증가할 수 있지만 배터리 가격 하락은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5일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전기차 평균 가격이 소재와 부품 가격 하락 및 기준금리 인하 등 요인에 힘입어 2025~2026년 사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할 정도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RBC는 이런 시점 이후로 전기차 사업이 “현금을 찍어내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비유하며 시장 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보였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포드와 GM 그리고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기업들이 전략을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된다.
올해 초부터 뚜렷했던 전기차 ‘캐즘’이 해소되고 내년부터 전기차 신모델 출시 및 사업 확대가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하락세는 이미 감지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에 따르면 올해 7월 럭셔리 모델을 제외한 전기차 평균 가격은 내연기관차와 1500달러가량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1년 전에는 전기차 평균 가격이 내연기관차들보다 평균 8400달러 높게 형성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니킬 반다리 청정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내년부터 전기차 수요 측면에서 강력한 촉매제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정부 지원 없이도 내연기관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 확보하게 될 것” 전망했다.
▲ 6월26일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에 위치한 얼티엄셀즈의 1공장 정문 모습. 이날 얼티엄셀즈는 전기차 로드쇼를 열고 자사 직원들에게 쉐보레 실버라도와 캐딜락 리릭 등 전기차들을 시승할 기회를 제공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현지 합작사다. <얼티엄셀즈> |
그러나 전기차 가격의 본격 하락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배터리 및 리튬 가격이 꼽힌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3분의 1 가량을 점하는 배터리 가격이 충분히 낮아져야만 자동차 제조사들로서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수 있어서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합작해서 배터리공장을 다수 건설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로서는 딜레마가 커지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그리고 SK온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기대를 걸고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다수 지으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배터리 공장들 상당수가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전기차 가격 하락 예측 시기와 맞물려 선제적 투자가 빛을 볼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전기차 캐즘 극복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배터리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지면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이 킬로와트시(㎾h) 당 115달러로 작년보다 23% 낮아질 것으로 바라봤다. 내년에는 추가로 2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로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기대하려면 현지 자동차 제조사에 당분간 낮은 공급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안그래도 K배터리 업체들은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 확대 부담 등 이중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중장기 성장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K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하락을 다룬 기사를 통해 “완성차 제조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 제조업체들에 더 저렴한 배터리셀을 공급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