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7-22 16: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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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조선 업계에 드리워지는 노사 갈등이 모처럼 찾아온 호황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조선소들이 잇달아 증설 계획을 내놓으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터에 한국 조선사들이 파업 등의 여파로 중국에 일감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중국의 조선사들이 7월들어 증설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21일 중국 조선소의 생산능력 확대를 두고 저가수주 경쟁 및 공급과잉에 따른 선가하락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증설을 발표한 중국의 뉴타임스조선소의 모습. < 뉴타임스조선소 >
22일 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건조 능력을 늘리기 위한 증설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조업 중인 조선소는 153개에서 6월 말 기준 180곳으로 늘어났는데, 늘어난 조선소 대부분은 중국 조선소로 파악됐다.
중국 최대 조선사인 양쯔장조선소는 4억1300만 달러를 투자해 2년 내 LNG운반선과 기타 청정에너지 추진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를 증설하기로 했다.
또 헝리중공업은 2022년 7월 인수한 STX다롄 조선소에 13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생산규모를 현재의 배가 넘는 710만 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생산 가능한 선종 역시 초대형 원유운반선, 초대형 가스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으로 확장키로 했다.
중국 뉴타임스조선소는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도크 증설에 나섰는데, 증설할 도크에서 건조해 2027년~2028년 인도 예정인 LNG 이중연료 추진선(D/F) 컨테이너선을 이미 32척나 수주해놨다.
중국 조선소의 생산설비 증대는 한국 조선 산업에 경고등이다.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세에 한국 조선업계는 2010년대 내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5일 HD한국조선해양이 체결한 컨테이너선 12척(HD현대중공업 6척, HD현대삼호 6척) 건조계약에서는 당초 투자의향서(LOI) 체결 당시 포함됐던 8천TEU급 컨테이너선 6척이 빠졌다. 빠진 6척의 컨테이너선은 중국 조선소가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일본의 해운선사 원(ONE)은 1만3천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0척을 중국 장난조선과 양쯔장조선 등에 발주하기도 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조선업은 현재 한국과 중국이 양축을 구성하고 있다"며 "벌크선은 중국, LNG/LPG선은 한국이 다소 우위라고 가정할 때 컨테이너선 수주 흐름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최근 생산능력 확대를 두고 한국 조선소의 수주 점유율 감소와 저가수주 경쟁, 공급 과잉에 따른 선가하락을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한국과 중국의 단납기 인도 슬롯이 빠듯해 선가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지난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 결의건을 통과시킨 뒤 결의문을 함께 외치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기민하게 생산능력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조선사들은 노사 갈등에 힘을 빼면서 호황기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낸 뒤 이날 쟁위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중노위가 쟁의 중지신청을 내리고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 찬성으로 가결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얻게 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는 쟁의행위 찬성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지만, 향후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타협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정년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올해 교섭이 10여 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조선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파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는 앞으로도 성실히 교섭에 임해 조속히 해결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얻고 7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률 86%로 지난 15일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한 당일 7시간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한화그룹이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할 당시 동종업계 수준의 임금 및 복지, 기준 임금 300%에 상당의 RSU 지급을 약속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사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면 선박제조에 차질이 생기고, 제 때 인도하지 못해 선사에 납기지연금을 배상해야 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주요 조선사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 17일 공동투쟁을 결의하고, 오는 8월18일을 1차 총파업 일자로 결정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