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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질병코드' 논란 재점화, 업계와 정치권 강한 반발에 정부 한발 물러서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4-07-17 16: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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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제9차 개정이 다가오면서 해묵은 논란인 '게임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일명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게임산업 자체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게임업계와 학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나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논란 재점화, 업계와 정치권 강한 반발에 정부 한발 물러서
▲ 통계청이 한국의 질병분류 체계인 KCD 제9차 개정을 내년 7월 고시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질병분류 체계인 KCD 제9차 개정이 내년 7월 중 고시된다. 

업계는 KCD 7차 개정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환으로 분류했는데, 국내에도 관련 내용이 도입될지 지켜보는 것이다. 

WHO의 질병사전 개정은 2019년 발표된 뒤 WHO 회원국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적용됐다. 국내는 WHO 기준을 참고해 5년마다 질병분류 체계를 개정하는데, 이르면 2025년부터 개정 내용이 반영될 수 있다. 

국내 게임 업계는 질병코드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과 똑같은 문화 여가 콘텐츠인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게임산업에 타격이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 업계는 질병코드 분류 대신 '자율규제'를 내세우고 있는데,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각종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마약, 알코올, 도박 등에는 법적 규제와 세금이 추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게임 업계는 해외 다른 나라에선 질병코드로 분류하지 않고 국내 서비스 하는 외산 게임에도 적용되지 않는데, 국내 게임에만 질병 코드가 적용되면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게임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질병코드 분류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WHO 개정안을 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률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골자다. 

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될 경우,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8%에 해당하는 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2년 새 8조8천 억원 가량 줄어들고, 8만 명의 취업 기회가 사라지는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최근 22대 출범을 맞아 ‘게임정책포럼’을 결성하고, 오는 9월 정식 출범에 앞서 활동에 나섰다. 20대, 21대 국회의 대한민국게임포럼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다양한 게임 관련 단체가 속해 있다. 

게임정책포럼은 출범에 앞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인 '한국 게임산업 현황 및 현안 점검' 세미나를 열고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코드 도입 문제와 국내외 연구 도입시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논란 재점화, 업계와 정치권 강한 반발에 정부 한발 물러서
▲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개최한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게임 인식: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연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게임업계와 학계에서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문화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질병코드 등재는 단순한 통계 작업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재정을 소모해 예방해야 할 질병을 규정하는 것이기에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 의사에 반해 행정부처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국제기구 기준을 따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는 각국 전문가들이 게임의 질병 분류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게임중독 연구는) 자기보고 연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신뢰성‧일관성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들이 있다”며 “게임을 하며 문제가 있는 건지, 문제를 겪는 이들이 게임을 하는 건지 등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데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언급하는 연구도 적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반발 의견이 거세지면서 당국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년 9차 개정이 아니라 오는 2030년 10차 개정 때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질병코드 등재를 기정사실로 하고 논의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ICD-11 기준을 반영하는 국내 KCD-10 개정안은 2031년 공식 시행 예정으로 향후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 공청회, 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쳐 결정할 예정"라고 밝혔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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