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이 글로벌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조현민 사장과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조 사장(사진 왼쪽부터)과 노 사장이 저릭트 남스라이자브 투신 사장과 통합물류센터 구축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진> |
[비즈니스포스트] 한진이 글로벌 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은 주력 분야인 택배사업의 경쟁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진의 새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3세인
조현민 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라는 의미도 지닌다.
해외 사업 경험이 많은
노삼석 대표이사 사장도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15일 한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22개 나라, 42개 거점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한진은 해외 신규 시장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월 태국법인 설립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국을 중심으로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물류 순환망을 구축해 국제특송과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 운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국 이외에도 방글라데시, 모로코, 헝가리 등에도 새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현민·
노삼석 사장은 직접 글로벌 사업 확장의 일선에서 뛰고 있다.
두 사장은 6월25~27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해 몽골시장의 현황과 향후 진출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이 기간 현지 물류기업 ‘투신’과 통합물류센터 구축과 관련해 제휴하고 이를 통해 물류사업에서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4월에도 조 사장과 노 사장은 독일, 체코, 노르웨이 등 유럽 3개 나라에 출장을 나가 유럽시장에서 물류사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수립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진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발맞춰 유럽 국가별로 물류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유럽 내 독일 중심 물류사업지를 프랑스, 폴란드, 영국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한진은 2027년까지 유럽 거점을 12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진이 글로벌 사업확대에 서두르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국내 시장에서 점점 치열한 경쟁환경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한진의 고객사였던 쿠팡은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를 설립한 뒤 기존에 택배 물류사에 맡겼던 배송물량을 자체 소화하고 있다. 한진으로서는 핵심 고객사가 위협적인 경쟁사가 된 셈이다.
택비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막대한 물류 인프라와 수주 확대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유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의 배송서비스 물량을 전담하기로 하며 시장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
한진으로서는 국내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한편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하면 한진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조현민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조 사장은 2018년 논란으로 물의를 빚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인 2019년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복귀했다.
이듬해 한진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고 2023년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신설된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 총괄도 겸직하며 사업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한진 주식 1만206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하기도 했다.
비록 논란을 빚은 시점에서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부정적 이미지가 사내외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일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해 새 먹거리를 발굴해 낸다면 조 사장의 경영 참여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받을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조 사장이 전담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 사업이 직간접적으로 글로벌 사업과 접점이 많은 분야라는 점도 주목된다.
조 사장은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중소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해외 온라인몰 구축, 해외발성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한류 문화에 우호적인 해외 팬덤 기반의 물류사업, 패션 브랜드의 해외진출 지원, 해외 직구·역직구 서비스 등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의 항공부문을 맡고 조 사장이 물류부문을 맡는 남매경영체제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사장으로서는 그룹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할 적격 여부를 판단받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다.
조 사장의 경영 정당성 확보를 돕고 있는 인물은 바로 노 사장이다.
한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노 사장은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항공물류업에 종사했다. 해외 여러 곳을 두루 경험해 국제 감각을 갖춘 영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노 사장은 2019년 한진으로 옮긴 뒤 지금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노 사장은 조원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국제 감각을 살려 글로벌 사업을 반석 위에 올리는 일은 그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한진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확장하며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물량을 신규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결 기준으로 과거 10%에서 15% 정도로 늘었고 앞으로도 조금씩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