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7-08 14: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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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향해 '반윤(반윤석열)' 프레임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한 후보가 총선기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고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원외 인사들이 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제2의 연판장’ 사태 논란까지 불거졌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는 이런 공세를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만일 한 후보가 반윤 프레임 공세를 극복하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집권 3년 차인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가능성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이 나오고 있다"라며 "제가 대표가 된다면 우리 국민의힘에는 오직 한 계파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신과 관련해 제기되는 '반윤', '멀윤'(윤석열 대통령과 멀어짐) 등 다양한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경쟁자인 '친윤(친윤석열)' 원희룡 후보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 사과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보냈는데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배신의 정치'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총선 기간 동안 모두 다섯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여사는 첫 메시지에서 한 후보에게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으며 그 뒤 메시지에서는 “사과하면 책임론이 불붙을 것이지만 비대위의 결정에 따르겠다”, “죄송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김 여사의 메시지가 전달된 시기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김 여사 사과론을 언급했다.
한 후보는 당시 총선을 지휘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사를 구분해 답장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일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를 이유로 한 후보를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추진하다 이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연판장' 사태가 발생될 뻔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지로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후보가 대통령실 또는 김 여사와의 소통을 통해 소위 '김건희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총선 격전지에서의 양상이 뒤바뀔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며 한 후보의 '패배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당대회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 CBS라디오 김현정이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후보를 향해 "정치라는 건 비공개의 예술 아닌가"라며 "(김건희 여사의) 문자 내용을 떠나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평소에 (김 여사와) 카톡을 안 했던 것도 아니고 검찰에 있을 때는 그렇게 수백 통 했었다는 데 그럼 그때는 공적으로 했나, 사적으로 했나”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와 나 후보 등이 한 후보를 향해 펼치는 공세의 핵심 논리는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며 갈등을 빚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가 공개된 시점과 출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지난번 전당대회처럼 관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직접적인 문자 공개는 대통령실에서 안 했을 수 있다 하더라도 후보들이 출마하는 과정과 친윤계 인사들 또는 반한(반한동훈) 인사들의 구심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직간접적으로 그 뒤에는 대통령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바라봤다.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에서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누가 움직이고 있고 친윤 핵심 아무개 의원이 배후공작을 지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1차로 연판장, 2차 총선백서를 통해 특정후보를 해당행위로 몰고 3차로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처분으로 낙마시킨다는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 선거캠프도 "대통령실을 당 대표 선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 후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반윤 프레임 공세를 이겨내고 당 대표에 오른다면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약해졌다는 증거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을 두고 “지난번 김기현 대표를 세울 때 안철수, 나경원을 주저앉혔던 연판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연판장도 무산된 걸 보면 대통령의 그립감이 예전만 못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확실한 (윤 대통령의) 레임덕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태 사람과 사회연구소 연구실장도 지난 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후보가 만약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되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대통령 레임덕이 올 수 있다"며 "영부인 문자를 '읽씹(읽고 대답하지 않음)'한 당 대표를 당원들과 지지층이 선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