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6-12 10: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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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비 증액에 힘을 쏟고 있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의 공사비 증액이 두드러진다.
다만 공사비 증액이 늘 원만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원자재 가격 수준이 여전히 높은 만큼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와 발주처 사이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주요 대형건설사 가운데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이 공사비 증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건설현장 모습. < 연합뉴스 >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의 공시를 분석해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대형건설사 6곳(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에서 최근 1년 동안 잇따른 공사비 증액 변경계약을 맺은 점이 눈에 띈다.
대형건설사들의 수주공시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국내 현장에서 계약금액이 상승한 변경계약은 모두 63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시공지분 변화에 따른 계약변경 건은 제외한 수치다.
반면 국내와 해외를 합친 계약체결 공시는 모두 43건으로 이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최근 1년 사이 대형건설사들마저도 새 일감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현장들의 내실 강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계약건수를 보면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비 증액 건수가 20건 안팎을 나타냈다.
GS건설은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재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5월28일 대전 서구 숭어리샘 재건축사업까지 가장 많은 21건의 변경계약 공시를 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7월19일 경기 수원시 팔달10구역 재개발사업부터 GS건설과 공동으로 시공하는 숭어리샘 재건축사업까지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이끌어 냈다.
GS건설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각각 주택 공사현장 붕괴사로로 홍역을 치렀다. 게다가 보상 등의 관련 비용이 지출되면서 실제 실적 타격도 피할 수 없었던 만큼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더욱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도 국내 공사 현장에서 11건의 계약금액이 상승한 계약을 새로 맺으며 공사비 증액 대열에 합류했다.
대우건설은 1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도 12%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축소되기도 했다.
이 기간 GS건설은 8건, HDC현대산업개발은 10건, 대우건설은 5건의 국내외 새 수주계약을 공시했다. 세 건설사 모두 각각 새 계약보다 2배 이상 많은 국내 현장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은 것이다.
반면 DL이앤씨는 토목공사 2건과 주택공사 1건, 모두 3건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는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우려에서 자유롭고 재무안정성이 높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개선세를 이어가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공사비 증액 변경계약 공시가 많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8건의 공사비 증액 변경계약을 맺었는데 이 가운데 5건은 계약금액 및 계약기간 변경 등이 자주 발생하는 그룹 계열사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관련 계약이었다. 현대건설은 경북 포항시 환호근린공원 공동주택 신축공사 1건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공시하는 데 그쳤다.
다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상대적으로 공시 대상인 계약규모의 기준이 높아 공시 자체 건수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전년 연결기준 매출의 2.5%가 넘는 계약을 공시해야 하다. 이 기준 매출에 삼성물산은 건설부문보다 매출 규모가 더 큰 상사부문 매출이 포함되고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다.
또 최초 계약금액이 10% 이상(100분의 10) 변동돼야 공시 의무가 발생해 공사비를 변경해도 변경공시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현대건설 지난해 사업보고서 및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사이 7천억 원 이상 대형 국내 공사 가운데 울산 에스오일 샤힌프로젝트,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 인테라스,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현장 등은 변경공시 없이 기본도급액이 소폭 증가했다.
변경공시 기준 늘어난 공사비 규모로 보면 GS건설이 8832억 원으로 가장 컸다. 뒤를 이어 대우건설 8024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7148억 원, 삼성물산 6184억 원, 현대건설 1323억 원, DL이앤씨 819억 원 순이다.
GS건설은 용답동 재개발사업에서 기존 금액(3230억 원)의 60%가 넘는 2020억 원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는 모두 공사비 증액분이 1천억 원 미만이었다.
대우건설은 올해 2월 각각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사업과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사업에서 1천억 원 이상의 공사비를 늘려 계약을 맺었다. 두 사업지는 각각 ‘산성역 헤리스톤’, ‘푸르지오 라디우스파크’ 단지로 6월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1년가량 공사비로 조합과 갈등을 빚어온 산성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기존 계약금액(2433억 원)보다도 큰 2794억 원을 증액했다.
대우건설의 시공 지분이 35%에서 50%로 늘어났고 세대수도 100세대 증가한 데다 3.3㎡당 공사비를 418만 원에서 630만 원으로 높인 것이 크게 작용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 규모와 비교해 공사비 증액분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이 4조1천억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연간 매출의 20%에 가까운 공사비를 변경계약으로 늘린 셈이다.
건설업계의 공사비 증액 릴레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와 관련한 갈등, 부정적 영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갈등은 주택, 토목, 민간, 공공부문 사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반적 건설업계 수주, 사업진행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특히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나오는 공사비 문제는 주택공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지에서는 시공사와 조합 사이 소송전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도 낮은 공사비를 이유로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며 전국 곳곳에서 유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 11일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취소를 발표한 위례신사선 경전철사업 노선도. < 서울시 >
일반적으로 다수의 건설사가 군침을 흘리는 대형 인프라 공사도 장기간 지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서울시가 GS건설 컨소시엄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08년부터 추진된 위례신사선 경전철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 위례신사선은 향후 결국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되면 최소 3년 이상이 사업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재입찰에 나선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축시스템 2공구 역시 낮은 공사비 탓에 무려 다섯 차례나 유찰됐다. 이 사업 지연 탓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을 지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2028년 전구간 개통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쌍용건설과 KT는 경기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놓고 사법절차에 돌입했다. 공사비 문제가 기업 사이 갈등으로도 비화하는 모양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계 침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발주처와 지속해서 공사비 이견을 좁혀 공사가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며 “다만 랜드마크 조성 효과를 누리거나 특별한 이력을 쌓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닌 이상 수익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공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