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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 둔화에 미국 노조 리스크까지, K-배터리 북미 사업 커지는 부담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4-06-11 1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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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 둔화에 미국 노조 리스크까지, K-배터리 북미 사업 커지는 부담
▲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배터리셀 조립 공정 라인에 투입돼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LG에너지솔루션의 GM의 합작공장과 임금 및 노동조건 합의안을 도출하며 전기차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 합의안 체결을 계기로 다른 공장으로 영향권을 넓힐 것으로 예상돼 K-배터리의 미국 사업장이 전기차 수요 둔화뿐 아니라 노조 리스크까지 안게 됐다.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전미자동차노조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공장과 체결한 합의안을 GM 및 GM의 경쟁사들이 신설하고 있는 다른 배터리 공장과 협상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공장과 3년에 걸쳐 임금을 30%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최근 체결했다. 현지시각 오는 14일부터 16일 동안 노동자들에 투표를 붙여 합의안을 최종 확정한다. 

얼티엄셀즈와 이번 합의로 전미자동차노조가 향후 신설되는 배터리 공장들에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른 기업의 배터리 공장에도 노조 결성 움직임을 촉발해 인건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포드나 스텔란티스 등 GM의 경쟁사들도 여러 곳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며 GM뿐 아니라 완성차 경쟁업체인 포드와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공장들도 전미자동차노조 사정권에 들어 있다고 바라봤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한국의 SK온 및 삼성SDI와 각각 ‘블루오벌SK’과 ‘스타플러스 에너지’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미국 내 다수 지역에 공장들을 신설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K배터리의 미국 사업장에 노조 관련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성장 둔화에 미국 노조 리스크까지, K-배터리 북미 사업 커지는 부담
▲ 4월19일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노조를 찬성한다'라고 적인 플래카들을 들고 있다. 채터누가 공장은 노동자 73%의 찬성으로 노조 결성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노조측은 일명 ‘빅3’로 묶이는 GM과 포드 그리고 스텔란티스에 2023년 11월 두 달에 걸친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이끌어 냈다. 

주요 완성차 공장 노동자들의 인상된 임금이 전미자동차 노조가 추진할 협상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점은 K배터리 기업들로서는 공장을 완공하고 운영하기 시작할 때 인건비를 크게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한 상황에서 전미자동차노조로서는 노동자 권익 수호 의지를 다질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2년 동안 미국 내 비노조 공장 및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노조를 조직하는 데 4천만 달러(약 551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K배터리 공장에도 노조 결성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K배터리 3사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공장을 짓고 있지만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포드와 SK온의 일부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시기가 늦춰지는 등 이미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들이 나온다. 

GM과 포드가 전기차 출시 일정을 늦추거나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을 확대하며 보급형 전기차로 수요 반등에 힘을 싣는 것도 K배터리 업체에는 악재로 꼽힌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도 배터리 업체들에게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현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을 철회시키고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발언을 꾸준히 해 오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미자동차노조의 노동자 권익보호 의지가 굳세다는 점이 이번 얼티엄셀즈와 임금협상 결과로 파악된 만큼 K-배터리의 미국 사업이 이중고를 넘어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얼티엄셀즈와의 잠정 합의안과 관련해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노동자들에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자평했다.

다만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번 협상이 전기차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전기차 산업의 불충분한 고용 효과와 낮은 임금 등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는데 이번 임금 인상을 계기로 이런 시각이 변하면 인력 확보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증권전문지 배런스는 합의안 타결 이후 GM의 주가가 오히려 4% 넘게 뛴 점을 짚으며 “GM이 더 많은 전기차를 제조해 소비자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라고 설명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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