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재씨(왼쪽 세번째)가 스타워즈 에콜라이트에서 첫 동양인 제다이역에 캐스팅된 것을 두고 국내외 반응이 엇갈린다. <이정재 인스타그램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배우 이정재씨가 ‘스타워즈 애콜라이트’에서 첫 동양인 제다이로 캐스팅된 것을 두고 국내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선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반면 해외선 ‘또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디즈니는 주요 콘텐츠에서 PC 논란을 이어오며 대중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이정재씨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백인이 아닌 아시안이 스타워즈의 핵심 캐릭터인 ‘제다이 솔’을 맡는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들을 이어지는 것이다.
31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정재씨의 스타워즈 출연을 두고 그가 출연한 영화 대화를 패러디해 만든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확산되고 있다.
“내가 제다이가 될 상인가(‘관상’)” “광선검이 두 개지요(‘암살’)” “파다완 셋을 팔았다고 하셨는데 그 친구들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재판장님!(’암살‘)“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영화 전문가들도 이정재의 스타워즈 제다이역 캐스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할리우드의 메이저 배급사가 이정재를 캐스팅했다는 것은 한국 배우의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이정재가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오징어게임의 인기가 높아 마케팅적으로도 효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재를 캐스팅한 레슬리 헤들랜드 감독은 여러 매체를 통해 “오징어 게임을 보자마자 이정재가 ‘솔’이다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YTN 뉴스나우에 출연해 “이정재가 맡은 배역이 제다이 중에서도 마스터급인 ‘솔’이라 이번 스타워즈 캐스팅의 의의는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외 네티즌들 중에선 이정재의 스타워즈 제다이역 캐스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스타워즈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어 예고편에는 “눈을 감아라. 무엇이 보이는가 : 디즈니가 파산하는 거요, 망가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요, 우리의 피드백을 신경 쓰지 않는 디즈니요” “스승님, 저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보고 싶어요! 다크 사이드에서 빠져나와라!” 등 스타워즈 영화 대사를 빌려 디즈니를 비꼬는 댓글들이 달렸다.
▲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메인예고편 갈무리. <디즈니플러스> |
해외 네티즌들이 이정재가 제다이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들을 주로 내놓는 이유는 디즈니를 둘러싼 PC주의 논란과 관련이 있다.
디즈니가 표방하는 PC주의는 표현이나 용어 사용에서 인종·성차별 등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 사회의 긍정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것을 말한다.
과거 미국에서는 인종, 성별, 정치적 신념 등과 관련된 차별이 많았다. 이에 미국의 사회 각계각층에서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는 대중 메시지가 퍼져 나갔고 이것이 문화 콘텐츠에 반영된 것이다.
디즈니는 PC주의를 앞세워 ‘인어공주’ 실사판에서 흑인 인어공주를 선보이고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에서는 히어로 ‘아메리칸 차베즈’가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을 하기도 했다.
이에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원작을 지나치게 훼손해 거부감이 들고 재미가 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디즈니는 PC논란으로 실제로 수익이 악화하며 100년 역사에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디즈니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감소한 32억8500만 달러(약 4조3398억 원)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무려 20조 원이 빠졌다.
디즈니도 이런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2023년 11월 버라이어티 등 외신 인터뷰를 통해 “디즈니의 크리에이터들이 메시지가 아닌 재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는 훌륭할 수 있지만 그것이 주된 업무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도 이정재 캐스팅 비판 네티즌들에게 반박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나는 편견, 인종차별 또는 혐오 발언을 하는 그 누구든 스타워즈 팬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