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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해양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존과 퇴출의 기로에 서 있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미래에 대한 결단을 더 늦기 전에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양사체제 결단 내릴 수 있을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맥킨지가 보고서 초안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사체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0월 말 발표될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당장 양사체제로 가는 방안과 우선 생산설비를 대폭 줄인 뒤 순차적으로 양사체제로 가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방안 모두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양사체제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조선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공중분해되면 한진해운 때보다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규직 인원만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함하면 5만여 명에 이른다.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거제에 연고를 두고 있고 직원 수도 많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며 “정부가 유독 조선업 구조조정에 칼을 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매출규모 등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 손실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22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몫이 15조 원가량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로 가면 결국 국책은행까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 우량부문을 떼어낸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방안을 다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유지하는 게 더 힘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에 충격파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가나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는 전망도 만만찮게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단 추가지원 없이 출자전환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업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고 그래도 업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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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30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이 360억 달러가량으로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만큼 아직은 추가지원 없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자율협약은 채권단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 이해당사자 모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다. 시중은행과 사채권자가 채권 만기 연장에 동의할 경우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 나란히 자율협약을 신청했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이 내건 조건을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밟았다.
결국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법정관리를 피할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독자생존 불가능할 경우 원칙론 들이댈 가능성도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경우 시간벌기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미지수인 데다 회복된다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 구조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얼마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이 투입된 뒤에도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지금의 대형 3사체제로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인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며 “결국 든든한 계열사가 없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우조선해양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1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당장의 후폭풍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여론도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에 2000년부터 7조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다.
유일호 부총리도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지원한다든가 부실이 드러났는데도 국민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진해운과 형평성 문제도 떠오를 수 있다. 이미 해운업계에서 정부가 유독 해운업에만 원칙을 고수하며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으로서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정성립 사장의 손을 떠났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구안 이행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구조조정 강도를 크게 높였다. 올해 안에 3천 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수주잔량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 설비감축도 계획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