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어깨가 임기 시작부터 무겁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로 다시 되돌려보내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세간의 이목이 공수처 수사의 칼끝을 바라보게 돼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처장이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수사에서 얼마나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는지 여부에 따라 앞으로 공수처의 존재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오 처장도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 규명이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오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 들어가는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처장으로서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이 제일 중요한 업무라고 판단하고 잘 챙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성역없이 수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원칙에 입각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오 처장은 "아직 사건에 대해 보고 받지 않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원칙론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렸다"며 "성실하게 수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처장이 직면한 상황은 만만하지 않다. 우선 공수처 안팎에서 제기돼 온 수사력 부족 논란부터 넘어야할 산이 만만하지 않다. 

현재 공수처 재직 검사는 19명으로 처장과 차장 포함한 정원 25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오 처장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사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구심이 나타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수사 실무를 지휘할 공수처 차장을 실력있는 인물로 제청하는 것이 이런 한계를 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바라본다.

오 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의 현재 상황을 두고 "상당히 좋은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이지만 엔진 오일이 없는 정도다"며 "탁월한 수사력을 지닌 차장을 구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 차장 선임 등의 절차가 마무리 되면 오 처장은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 규명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특히 조국혁신당에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탄핵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정치적 압박을 벼르고 있어 오 처장으로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채상병 사망사건은 왜 장병이 무고하게 숨져야 했는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수사가 엉망진창으로 된 이유는 무엇인지, 누가 수사를 막았는지 진상을 알자는 것이다"며 "헌법과 법률상 공직자는 직무수행에서 공평무사하게 처신하고 사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직무수행을 피해야 하며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채상병 사망사건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수사를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 처사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수사가 막바지인 만큼 공수처를 믿고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회가 특검을 하면 경찰이나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쳐 속도를 오히려 늦출 수 있다"며 "수사가 막바지 상태인 만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처장으로서는 적은 수사인원을 동원해 여당과 야당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골치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려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 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이 적어 공수처의 수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정치평론가 서정욱 변호사는 2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회법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해도 국민의힘에서 이탈표는 재의결 요건에 못미치는 5표 미만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2대 국회로 논쟁이 넘어가더라도 원구성 일정이 진통을 보이며 시간이 흘러가면 공수처의 수사도 거의 끝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