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5-16 15:01:42
확대축소
공유하기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승리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5선 우원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6선에 오르는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자를 상대로 승리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오르게 됐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원의 지지세가 강했던 추 당선자가 경선에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우 의원이 큰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이는 선명성뿐 아니라 민생입법에 성과를 내 개혁국회를 만들겠다는 우 의원의 정견이 22대 민주당 당선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스스로 ‘민생 전문가’를 자처하는 우 의원이 국회의장으로서 각종 민생법안에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16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 우원식 의원이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 승리했다.
우 의원은 당선소감에서 우선 ‘국회의장의 중립’에 관한 소신부터 밝혔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다”며 “올바른 일에는 여야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는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편안히 만들고 권리를 향상시켜나갈 때 가치 있는 일이란 소신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라 민심을 반영해 나가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의장 경선이 끝난 뒤 바로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북 오송참사의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의 최우선 추진 사안인 민생지원금 25만 원 법안 등을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란 견해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생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단기처방이라도 지금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25만원 주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만 할 일이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얼른 해야 하는 일을 정부가 끝까지 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의 이런 소신으로 볼 때 민생지원금 뿐 아니라 가맹점주 교섭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 정부가 쌀 가격 급변동 시 대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발의 방침을 밝힌 것에 관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 의원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점주들의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민생기구인 ‘을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우 의원은 당내 대표적 민생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서 대표적인 갑질 사례인 남양유업 교섭을 이끌어 낸 것을 시작으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확보 및 정규직화 추진, 우체국 택배 기사 처우개선,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타결,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중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다양한 민생 관련 분야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내 특별기구 기본사회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에 우 의원을 임명한 점도 그가 민생 정책 및 법안에 경험이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사진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추미애 당선자, 이재명 대표가 16일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치권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이번 우 의원의 국회의장 경선 승리를 놓고 대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추 당선자가 개혁적 성향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견제 의지를 보이며 당원들의 지지세가 강했기 때문이다. 건강음료 이름을 빗대 '미애로 합의봐'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이런 점을 고려해 우 의원은 ‘민생 입법’ 드라이브를 통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이 강조했던 ‘정치력’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에 출마하면서 과거 원내대표를 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치력과 협상력을 강점으로 강조했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첫 원내대표로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듯 (거부권을 극복하는데) 부족한 8석의 한계를 국민과 함께 넘어서겠다”며 “원칙과 노선을 잃지 않으면서 유능하게 국회운영을 주도해 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 의원이 정치력을 발휘해 난관을 뚫었던 대표적 사례로는 ‘2018년 예산안 처리 합의’가 꼽힌다. 당시 국회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123석)과 자유한국당(122석) 의석수 차이가 1석에 불과해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8석을 가진 국민의당과 합의해야 하는 구도였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 의원은 2018년 예산안 논의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편성’ 등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놓이자 공무원 증원 규모를 정부안보다 약간 줄이고 일자리 안정자금에 관한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는 안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국민의힘에선 국회의장이 될 우 의원의 ‘민생입법 드라이브’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 의원을 향해 “이재명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며 “특검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축하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고 날을 세웠다.
우 의원은 1957년에 태어나 서울 경동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토목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김대중 지지운동에 참여했으며 재야세력인 평화민주통일연구회가 평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을 거쳐 1995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의원이 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을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으나 그 뒤 19, 20, 21, 22대 총선까지 내리 네 번 당선되며 5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2013년 을지로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 5월에는 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돼 당시 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현재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