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5-16 14: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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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부산 도시정비사업장 곳곳이 공사비 인상 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다. 이미 서울 주요 사업장은 3.3㎡당 공사비가 1천만 원을 넘어섰는데 부산도 뒤따를 가능성이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비수도권 정비사업장의 공사비는 서울보다 낮다. 하지만 부산 정비사업장은 도심지로 대지면적이 부족한 데다 지반 특성상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 부산 지역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범천1-1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현대건설>
1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9곳의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공사비 문제가 떠오른 곳은 △부산진구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4구역 재개발정비사업(현대엔지니어링) △범천1-1 재개발사업(현대건설) △부산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현장 2곳 △부산 촉진2-1 재개발사업(포스코이앤씨) 등이다.
촉진4구역 재개발사업은 지하 5층~지상 48층, 3개 동, 공동주택 849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2016년 6월 수주 당시 3.3㎡당 공사비 449만 원, 총공사비는 1551억 원가량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3.3㎡당 1126만 원으로 인상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공사비 인상이 받아들여진다면 비수도권 최초로 정비사업 공사비가 3.3㎡당 1천만 원이 넘는 사업장이 된다.
범천1-1 재개발사업은 지하 6층~지상 49층, 8개 동, 공동주택 1323세대 및 오피스텔 188실을 건립하는 것으로 2020년 3월 현대건설이 4160억 원에 수주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3.3㎡당 공사비를 539만 원에서 926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3.3㎡당 1천만 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반영하면 총공사비는 7150억 원 정도로 오르게 된다.
부산 원도심 재개발·재건축 현장 2곳은 준공 또는 준공인가 전으로 사용허가로 입주가 끝났지만 시공사가 100억~200억 원가량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협상이 교착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월 수주한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빚어져 계약체결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시 제안한 특화안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은 특화안과 비교해 줄어든 면적 만큼 3.3㎡당 공사비를 감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면적당이 아닌 총공사비에서 금액을 줄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서울 정비사업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천만 원을 넘는 사업장이 이미 나왔다.
최초로 3.3㎡당 공사비가 1천만 원을 넘은 곳은 현대건설이 2022년 8월 시공사로 선정된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12동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3.3㎡당 1210억 원이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하고 있는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사업은 3.3㎡당 공사비 1300만 원으로 정비사업 가운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여의도 공작아파트 3.3㎡당 공사비는 1070만 원이다. 용산 남영동업무지구2구역 재개발 조합도 3.3㎡당 공사비를 1070만 원으로 책정해 시공사를 찾고 있다.
부산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울에 이어 3.3㎡당 공사비 1천만 원을 넘어서는 사업장이 머지 않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비수도권 정비사업장은 서울·수도권과 비교해 3.3㎡당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지만 부산에서 유독 시공사들의 인상 요구가 거세다.
비수도권 사업장의 공사비가 낮은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넓은 대지면적에 따라 주차대수 확보가 용이해 지하 층을 크게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층으로 건축되지 않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파악된다.
올해 비수도권 정비사업 수주사업장이 없어 직접적 비교가 어렵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2월 수주한 경기 산본1동2지구 재개발사업을 보면 3.3㎡당 공사비는 605만 원이다. 지하 3층~지상 36층, 공동주택 8개 동, 963세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한 18일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수주를 앞둔 인천 부개5구역 재개발사업도 연면적 29만2834.27㎡을 고려한 3.3㎡당 공사비는 830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인천 부평구 부개동 381-15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35층, 18개 동, 공동주택 1829세대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 정비사업장의 상황은 다르다. 범천1-1구역과 촉진4구역 등은 지하 층수가 많고 최고 층수도 높다. 범천1-1구역은 지하 6층~지상 49층이고 촉진4구역은 지하 5층~지상 48층이다.
최근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지하 주차장을 늘리는 추세인데다 고객들이 세대당 주차대수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많아 지하 층수 확보가 중요해졌다. 범천1-1구역과 촉진4구역은 공사비가 크게 오른 2022년 초 이전 시공사로 선정된 사업장인 만큼 지하 층수를 확보하기 위한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포스코이앤씨가 수주한 부산 촉진2-1재개발사업 조감도. <포스코이앤씨>
같은 부산 지역으로 따져보면 지난 4월 GS건설이 수주한 민락2구역 재개발사업의 3.3㎡당 공사비는 708만 원 수준이다.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8층, 7개 동, 공동주택 959세대를 짓는 것으로 총공사금액은 3868억 원이다.
더욱이 부산은 지반이 암(돌)이나 뻘(모래) 등으로 이뤄진 곳이 많아 공사비가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사기간도 늘려달라는 것이 시공사 요구다. 범천1-1구역은 공사기간을 기존 47개월에서 62개월로, 촉진4구역은 39개월에서 59개월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반이 지나치게 단단한 돌이나 무른 뻘로 구성된 지역에서 지하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더욱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도 지반 조건과 지하층수 확보를 위해 3.3㎡당 공사비가 100만 원 이상 차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층수도 고층으로 갈수록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고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무비, 금융비용 등 간접비용도 증가해 시공사 부담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는 서울·수도권 못지 않게 조합과 시공사 사이 공사비 갈등이 수차례 나타나고 있다. 촉진2-1구역은 GS건설과 갈등을 겪다가 포스코이앤씨를 새 시공사로 맞이했고 초량2구역 재개발사업도 호반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밖에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월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컨소시엄과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결의하고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정비사업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사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부산도시공사를 정비사업 지원 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해 공사비 검증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