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서 13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연금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기업 대다수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을 보면 기업의 87.2%가 현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변했다.
응답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되 나머지 주주권 행사 활동 제한(35.9%) △의결권을 섀도 보팅(Shadow Voting) 방식으로 행사(10.9%) 등이다.
섀도 보팅은 주주총회 안건 최종 찬반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투표 결과엔 영향을 주지 않고 의결 정족수만 채우는 의결권 행사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주주권 행사 방식을 섀도 보팅에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충실한 수탁자 의무 이행을 뼈대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며 주주권 행사 활동을 강화했다.
국민연금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 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참여하는 등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12.8%에 그쳤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전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기업 과반수인 57.1%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활동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답변은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로 36.5%였다. 해당 답변엔 대기업(40.9%)이 중견·중소기업(35.8%)보다 부정적 의견이 컸다.
대기업은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국민연금으로부터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가장 큰 압박을 느끼는 대상으로 50%가 국민연금을 꼽았다. 그밖에 소액주주연대와 국내기관투자자가 각각 21.4%를 차지했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장 크게 압박을 느끼는 대상을 질문했을 때 소액주주연대가 35.6%로 가장 높았다.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소액주주가 39.0%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될 가능성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조사 기업들은 주주총회 무산을 방지할 수 있게 관련 제도 가운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이 변화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대기업은 주주총회 관련 개선 필요 제도에 ‘공시절차 간소화’라 답한 비율이 31.8%로 가장 높았다. 중견·중소기업의 37.3%는 주주총회 부결을 초래하기 쉬운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를 최우선 과제라 답했다.
설문조사 대상은 국민연금이 2022년 말 기준으로 보유지분을 공시한 기업이었으며 응답 기업은 이 가운데 모두 156곳이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4월18일부터 4월25일까지 전화, 이메일, 팩스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7.3%포인트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제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게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