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건설사들이 가덕도신공항은 관심을 보이지만 TK신공항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대규모 신공항 건설 사업을 두고 대형건설사들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
건설사들은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보다 가덕도신공항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방식과 규모, 상징성 등에서 차이가 존재해 TK신공항을 추진하는 대구시가 건설사들의 관심을 돌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5월 중순부터 본격적 업무를 시작한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지난 4월 정식 출범했다. 공단 주도로 10조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입찰)이 이르면 5월 말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사업비는 15조 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 대형건설사들이 가덕도신공항 수주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올해 계획된 공공공사 가운데 최대어로 건설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가덕도신공항은 3500m 길이의 활주로, 항공기 74대 규모의 계류장, 20만㎡ 규모의 여객터미널, 접근도로 및 철도 등을 갖춘 남부권 허브공항으로 구축된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유신 컨소시엄 일원으로 2022년 8월31일부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수행한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해 공항건설에 노하우가 있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이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월 해양 신공간 건설을 이끌기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했고 대우건설 역시 가덕도신공항 수주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는 대규모 단일공사로 나오는 만큼 10대 대형건설사 사이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술형입찰에서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독식을 막기 위해 2008년 6월부터 10대 건설사 사이 공동도급이 제한돼왔으나 조달청은 지난해 4월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부지조성 공사가 개항목표인 2029년까지 4~5년 동안 진행돼 이 공사를 수주한 컨소시엄은 매년 2조 원이 넘는 토목부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컨소시엄인 점을 고려해도 건설사별로 수천억 원의 매출이 가능한 셈이다.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부산 지역 건설업계와 중견건설사들도 가덕도신공항 참여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비로 진행하는 공공공사라 안정성이 높고 선수금을 받으면 현금흐름에 도움이 돼 자금여력도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중견건설사의 재무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 대형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어떻게 구성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건설업계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다보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2곳씩 팀을 이루면 경쟁입찰이 성립될 수 있다. 만약 3개 사 이상이 컨소시엄을 꾸리면 단독 입찰로 유찰이 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을 두고 10대 건설사 컨소시엄 구성에 따라 경쟁입찰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며 “인천공항을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항이 될 가능성이 크고 수주실적을 바탕으로 해외공항 수주 추진도 타진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설계비가 낮고 공사비 예산이 부족해 입찰 관련 세부사항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12월 개항 직후 하루 활동인구가 4만6천 명에에서 2035년 5만699명, 2045년 6만2천522명, 2055년 6만7천866명, 2065년 7만2천546명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가덕도신공항 항공 수요는 2030년 국제선 여객 1230만 명, 화물 26만 톤가량 정도로 추산된다. 2065년에는 여객 2326만 명, 화물 33만5천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TK신공항 건설사업에는 관심이 저조하다. 규모나 상징성 면에서 가덕도신공항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TK신공항 여객 수요를 2060년에 1226만 명, 화물 12만8천 톤 수준으로 예측했다. 가덕도신공항과 여객 및 화물 예상 규모에 절반 수준인 셈이다.
TK신공항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군공항(공군기지)과 대구국제공항을 동시에 군위·의성군 일대로 옮기는 국내 첫 민간·군 통합 이전 사업이다. 군공항 이전 사업비는 11조5천억 원, 민간공항(대구국제공항) 이전에 2조6천억 원이 소요된다.
민간공항 이전은 현 민항부지 매각대금에 더해 국비가 투입되지만 군공항 이전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공군기지 개발 이익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해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10조를 훌쩍 넘는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보증사업으로 격상됐지만 건설사들이 선뜻 위험을 지려하지 않는 까닭이다.
최근 TK신공항 건설 및 종전부지·주변지 개발사업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47곳이지만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1~7위 건설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K신공항 건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대형건설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TK신공항 역시 가덕도신공항 시기와 1년 차이인 2030년 12월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
한편 국비로 진행되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5600억 원 규모) 낙찰자는 5월 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설계심의 위원 선정과 22일 공동설명회에 이어 27일 기술검토회의 뒤 30일부터 2일 동안 심의가 진행된다.
현재 현대건설 컨소시엄, DL이앤씨 컨소시엄, HJ중공업 컨소시엄이 새만금공항 건설공사를 두고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