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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각종 쟁점사안을 놓고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정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동통신사 유심 독점판매,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 파견근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서정가제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면밀히 조사하겠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 위원장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등 대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요구들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공익법인 보유지분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왜곡할 수 있어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조건 의결권을 제한해 공익목적 사업이 제한되면 곤란하다”며 “긍정적 효과과 부정적 효과를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기업들이 매각과 합병 등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있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효율성이나 이런 면에서 합리적인 일감몰아주기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강화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이 쟁점사안들을 놓고 뚜렷한 답변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의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위가 구글 등 글로벌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며 “공정위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구굴이 검색 어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선탑재하도록 한 것에 대한 조사다. 공정위는 2013년 조사에서 구글에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시장 상황이 바뀌었으니 선탑재의 강제성 부분을 면밀하게 다시 보겠다”며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내 생리대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절박한 마음으로 강력한 의지를 품고 나서야 하는데 독점기업에 ‘공손한 위원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현장조사를 해 위법성 검토를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결론을 낼지 말할 수 없지만 조사는 분명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출신 공무원의 전관예우 문제를 언급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 출신으로 로펌에 간 전 관료가 공정거래팀 관련 업무를 하며 과징금을 줄인 사례가 있다”며 “한 법무법인은 공정위 출신 긴사를 공정거래 담당으로 영입한 뒤 이의신청 인용률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전관의 영향력 행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위 출신의 법무법인 재취업은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고 답변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 전원회의는 9인 합의제라 공정위 출신이 이의신청을 한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국감 업무보고 자료에서 향후 업무추진 방향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변동내역 공시를 분기별로 점검하고 해외계열사 현황 공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제출할 경우 처벌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행위를 막기 위해 12월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위법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9대 국회에서 실패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사 포함 금융사 3곳 이상, 금융사 자산 20조 원 이상일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의무화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담합행위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도 마련한다. 12월까지 담합 가담 임직원에 대한 사내 제재 규정을 만드는 등 담합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조치 개선방안을 내놓고 발주기관의 독자적인 담합감시시스템 구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