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5-03 15: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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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자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의 운영업체와 관련한 지배력을 포기하라고 네이버에 압박한 것을 놓고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 플랫폼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주의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조치까지 내리며 대표 메신저를 자국기업화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 일본이 네이버에게 라인야후 지분매각 압박한 것을 두고 일본 국민 메신저앱인 라인을 자국화해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라인>
3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각국 정부가 메신저를 비롯한 데이터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국의 산업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메신저앱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은 국가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반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에 각국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자국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미국에서 중국에게 틱톡의 미국 사업권 강제매각 명령을 추진하는 것도 자국의 데이터 플랫폼 산업 기반 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다”고 덧붙였다.
미국 하원은 지난 3월 중국 메신저앱인 틱톡의 자국 내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이른바 '틱톡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틱톡이 최장 1년 안에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자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틱톡은 미국 내에서 1억7천만 명이 이용하는 인기 동영상 플랫폼이다. 미국의 틱톡금지법은 틱톡 자체를 금지하기 보다는 미국 기업에 사업권을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IT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네이버를 향한 라인의 운영업체 지분 관련 매각 압박도 틱톡금지법과 같은 맥락의 조치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대표 메신저앱인 라인야후를 자국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 국민 9600만 명가량이 사용하는 메신저앱이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는 지주사 A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는데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라인의 데이터 관리를 담당하는 네이버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리며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일본 정부가 특정 회사의 지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는데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기업이 쥐게 되면 데이터 플랫폼 관련 주도권 역시 일본이 가져갈 수 있다.
▲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 사업성과를 바라보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건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3년 8월24일 네이버의 거대언모델 하이퍼클로바X 발표회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영상 갈무리>
IT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본이 개인정보 유출 50만 건이라는 작은 사건을 이유로 주의 조치를 넘어 지분 매각까지 요구하는 것은 라인을 자국화 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민관협력 형태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한국에게 불리하게 해결돼 네이버가 라인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일본에서 나오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플랫폼 시장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네이버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최대한 협의하면서 일본과 대화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뒤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본 총무성의 이례적인 행정지도 관련해 많은 관심이 쏠린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로 내부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