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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정유 깜짝실적에도 주름살, ‘돈 먹는 하마’ 배터리에 발목 잡혀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4-29 15: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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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정유 깜짝실적에도 주름살, ‘돈 먹는 하마’ 배터리에 발목 잡혀
▲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정유 사업 호조로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배터리 사업 손실이 33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취임 뒤 첫 분기 영업실적 성적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배터리사업 부진 탓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SK온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은 물론 SK그룹 차원에서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며 큰 기대를 받아왔지만, 매 분기 적자를 거듭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막대한 설비투자들을 앞두고 있어, 박 대표는 자금조달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까지 지고 있다.

29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 부문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며 올해 1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이날 실적설명을 통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8조8551억 원, 영업이익 6247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6% 증가했다.  
  
유가 강세에 따른 석유사업 호조가 1분기 실적 개선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의 1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5911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7563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밖에 화학사업(영업이익 1245억 원), 윤활유사업(영업이익 2204억 원), 석유개발사업(1544억 원) 등도 비교적 좋은 실적을 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아온 배터리사업은 1분기에 영업손실 3315억 원을 내며, 전사 영업이익 수준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이 6247억 원에서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 3315억 원은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

배터리사업 부진은 전방 전기차시장의 수요 정체로 배터리 판매 물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객사들의 재조 조정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고정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북미 배터리 생산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도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하반기부터 업황이 호전되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차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SK온 배터리를 적용한 현대차, 포드, 아우디 등의 신차 출시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SK온은 하반기 흑자전환과 연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 목표치도 아직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각국 전기차 관련 제도적 환경도 당초 전망보다 비 우호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석유환산연비 계산법’을 보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기존 예상보다 둔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선거도 무시할 수 없는 업황 변수로 꼽힌다. 전기차 확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 주인이 된다면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에 대한 우호적 정책기조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SK온은 지난해에도 실적설명을 통해 분기 기준 영업흑자 전환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 올해 영업실적 목표달성도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배터리사업의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투입해야 할 설비투자 자본지출(CAPEX) 규모가 크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다. 

애초 SK온은 올해 설비투자에 7조~8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방 수요 둔화를 고려해 증설 속도를 다소 늦출 수는 있다. 회사 측도 “증설 시점에 대한 탄력적 운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세운 뒤 공동으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건들을 비롯해 올해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설비투자가 예정된 만큼 여전히 적잖은 자금 소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정책자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정 부분 외부 자금조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12월 SK온이 2조8천억 원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2조 원을 출자했다.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 SK온의 자체 현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도 조 단위의 자금 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온의 빈약한 재무구조와 수익성 악화 장기화에 따라 그룹사와 외부 차입 의존도가 심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SK온은 모회사, 계열사 등의 지원에 생존은 하겠지만, SK이노베이션 자체의 기업가치 상승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정유 깜짝실적에도 주름살, ‘돈 먹는 하마’ 배터리에 발목 잡혀
▲ 박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PL(Professional Leader) 워크숍에 참여해 강연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
박 사장으로서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돈 먹는 하마’ 처지인 배터리사업에 투자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SK그룹 내 기획 분야 전문가로서 위기관리 능력과 사업구조 개편 역량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있던 시절 코로나19 위기를 맞았지만 생활가전과 렌터카 등 임대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PL(팀장급) 워크숍에서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전기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기후위기와 전기화 등에 비춰 전기차(EV)로 전환하는 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예정된 미래"라며 SK온에 대한 지속 투자를 시사했다. 

그는 "기업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SK그룹의 주력 사업이 된 석유·화학도 힘든 시기를 거쳤고 '카본 투 그린'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너무 소극적이지 말고 패기와 용기를 갖고 돌파하자"고 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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