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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늑장공시로 갈수록 궁지에 몰려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10-05 16: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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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약품, 늑장공시로 갈수록 궁지에 몰려  
▲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늑장공시 의혹을 받고 있는 한미약품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섰다.

금융소비자원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현행 공시제도의 ‘맹점’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금소원 “한미약품 엄중히 처벌해야”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5일 “자본시장조사단이 4일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한미약품을 현장조사했다”며 “관련자를 면담하고 휴대폰 등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의혹의 핵심은 한미약품이 공시시점을 전후해 미공개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느냐 여부”라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에 사건을 신속히 넘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미약품은 9월29일 장 종료 후 미국 제넨텍과 1조 원에 육박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를 공시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30일 개장 직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8500억 원 규모의 기술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를 공시했다.

호재성 공시를 보고 한미약품 주식을 산 투자자는 주가급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10만4327주)이 쏟아졌는데 절반가량의 공매도가 악재성 공시 이전에 이뤄졌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공시 전 공매도로 이익을 취한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금융소비자원은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호재성 공시를 먼저 해놓은 상태에서 악재성 공시를 시장거래시간에 해 공시 규정을 악질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금유소비자원은 “한미약품의 행위는 상장기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비도덕적 행태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전면적인 조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즉각 검찰과 공동으로 압수수색 등 수사와 조사를 동시에 진행해 하루라도 빨리 범죄 행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공시규정 손질하나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를 계기로 현행 공시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시시한을 앞당기고 허위 및 부실공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지만 공시시간만 놓고 보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한국거래소 공시규정에 따르면 ‘기술 도입, 이전, 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인데 사유 발생 다음날 오후 6시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한미약품은 9월29일 오후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에서 계약해지를 통보받고 30일 오전 9시29분 공시했다. 이에 앞서 29일 오전 8시 미국 제넨텍과 1조 원 규모 기술 수출계약을 맺고 바로 당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께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렸다. 두 공시 모두 법정시한을 지킨 것이다.

문제는 좋은 내용은 당일 재빠르게 공시한 반면 나쁜 소식은 다음날까지 14시간이 넘게 질질 끌다 내보냈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늑장공시를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 시작 전 공시하라고 한미약품에 재촉했지만 규정상 강제할 수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호재성 정보는 당국이 관리하지 않아도 기업이 알아서 신속하게 공시하게 마련”이라며 “악재성 정보와 정정사항에 대한 공시는 늑장 대응하지 못하도록 공시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규정을 위반했을 때 받는 제재금은 거래소 기업이 최대 2억 원, 코스닥 기업은 1억 원에 불과하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증권사범에 대한 처벌도 관대한다. 양형기준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법원 판결에서는 솜방방이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공개정보 이용은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처벌을 강화해야 범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실질적인 처벌 수위를 높이고 홍콩처럼 불공정거래 등 위법사항을 저지르면 일정 기간 증권시장에서 일체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강도높은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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