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4-04-08 16: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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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정부의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재정난 해결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가 부담금 감면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어 한전에게는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한전 인프라 투자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국제유가를 보면 배럴당 90달러를 넘보는 수준으로 시세가 올랐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70달러대였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직전 거래일인 5일 종가를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90.74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91.17달러까지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86.91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보였다. 다만 국제유가가 유종에 따라 다소 가격 차이가 나더라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부텍사스유 역시 이른 시일 내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게 여겨진다.
중동, 러시아 등 주요 원유 산지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글로벌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올해 8~9월에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국내에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국제유가가 에너지 원가의 선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은 더욱 불가피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당장 3월까지는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kWh당 130원대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 수준에 따른 한전의 전력판매 단가는 kWh당 160원 정도다.
하지만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가 몇 개월 지속된다면 전력도매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전력도매가격의 안정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영업이익 흐름에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에 한전의 누적 적자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원가 상승 대응에 그치게 될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200조 원을 웃도는 한전의 부채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시 3%대를 넘어서고 있는 물가 상승률 역시 전기요금 결정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파’로 대표되는 물가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총선 이후라도 총선 결과와 정치권의 상황에 따라 공공요금 인상에 정부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을 억누르는 데는 한계에 이른만큼 정부는 공공요금을 인상하되 조세, 준조세를 낮춰 물가 인상 충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는 준조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부담률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의 지속발전 및 기반 조성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전기요금에 일정 요율로 함께 부과되고 있다.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을 현행 3.7%에서 올해 3.2%, 2924년에 2.7%로 단계적 인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요율 인하를 총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이 인하되면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일반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전기요금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추진되면 일반 대중은 인상 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한전이 전력인프라 개발 사업 등에 사용할 재원에는 타격이 생긴다. 한전은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 설비 구축에 56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는 등 전력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계획대로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이 인하된다면 1년차 4328억 원, 2년차 8656억 원 등 2년에 걸쳐 1조3천억 원 규모의 부담금 경감 효과가 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담금 정비 항목 가운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전기요금, 항공요금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고 직접 체감 가능한 부담금 정비를 통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연간 2조 원 수준으로 경감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