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의 사업체질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제품의 판가가 회복한 영향도 있지만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전세계에 걸친 생산기지에서의 ‘호환생산’ 등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 CJ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이 2024년 1월30일 미국에서 열린 축산∙사료∙육가공 박람회인 ‘2024 IPPE(International Production & Processing Expo)’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 CJ제일제당 > |
바이오사업은 올해 CJ제일제당 실적반등에 키를 쥔 사업으로 지난해 업황 악화로 받은 타격을 얼마나 회복할지 관심이 모인다.
4일 증권업계의 1분기 CJ제일제당의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바이오사업의 증익이 예상된다.
각 증권사의 연구원들은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CJ셀렉타의 적자를 제외하면 바이오 사업의 1분기 영업이익을 약 8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631억 원보다 25~30% 늘어나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은 좁게는 사료첨가용 아미노산을 만드는 ‘바이오 부문’을, 넓게는 바이오 부문에서 분리돼 미래소재 사업을 하는 ‘FNT 부문’까지 포함한다. 간혹 사료·축산 독립법인 CJ피드앤케어(생물자원부문)까지 바이오사업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사업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트립토판 △쓰레오닌 △라이신 △메치오닌 등 대형 아미노산 4종, △발린 △알지 △이소류신 △히스티딘 등 스페셜티 아미노산 4종 등 총 8종 등이다.
이 중 트립토판, 알지닌, 이소류신은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라 있다. 2023년에는 제품 판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이오 부문은 2023년 매출 3조4862억 원, 영업이익 804억 원을 거두며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이 13.8%, 영업이익은 80.4% 가량 줄었다.
CJ제일제당의 부진의 원인으로 바이오사업이 꼽힌 이유인데 향후 바이오사업이 CJ제일제당 전사 실적의 반등의 키를 쥔 셈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시황에 따른 바이오사업 실적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
라이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키운 트립토판, 스페셜티 제품군은 지난해 매출성장률 40%, 35%를 기록했다. 스페셜티 제품의 경우 매출비중은 2019년 1분기 6%에서 2023년 말 19%까지 확대하기도 하다.
단일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이신은 돼지 등 가축의 성장·발육을 촉진시킨다.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 감소 및 경쟁기업의 저가공세로 라이신 가격이 하락한 것이 바이오 부문 부진의 지난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 바 있다.
이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라이신이 미주지역 중심으로 영업활동이 재편돼 중국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 압력이 줄었고 CJ셀렉타 매각으로 트립토판과 스페셜티 아미노산 매출 비중이 더욱 확대돼 바이오 부문의 실적 안정성이 점차 강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아미노산 제품을 가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호환생산’ 체제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상파울루에 바이오 생산공장 증설사례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27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생산품목인 라이신 이외에 트립토판과 스페셜티 제품 생산 체계를 갖췄다.
CJ제일제당은 6개 국 11개 공장, 10개국 11개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 변동에도 생산·판매 거점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 CJ제일제당의 아미노산 제품들.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라이신(윗줄 왼쪽)을 비롯해 대형아미노산 4종 및 스페셜티 아미노산 4종이 있다. 이중 트립토판(윗줄 오른쪽), 알지닌(가운데줄 왼쪽), 이소류신(아랫줄 왼쪽)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이다. |
현재 진행 중인 CJ셀렉타의 매각을 완료하면 바이오사업의 이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J셀렉타는 브라질의 농축대두단백 제조기업이다. CJ제일제당이 2017년 인수했으나 지난해 10월 총 4800억 원에 매각이 결정됐다. 주요 생산 제품인 농축대두단백은 물고기 사료의 원료로 쓰이는데 인수 이후 가축 사료용 아미노산과 뚜렷한 시너지가 없었다.
CJ셀렉타는 대두박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에는 한해 1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거두는 알짜기업이었지만 대두박 가격 하락으로 부진이 시작됐고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사업은 2022년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제외) 매출의 25.8%, 영업이익의 50.8%를 차지한 효자사업이었다. CJ제일제당이 2년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것도 바이오사업의 공이 컸지만 2023년에는 실적후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업황의 회복여부이다"며 "그린바이오 산업은 주기성이 있는 산업인데 지난해 어려운 업황을 지나 일부 품목에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