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쟁점법안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특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두고 여야간 시각차이가 뚜렷해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모두 2435건이다. 하지만 아직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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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
여소야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4일부터 국감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여야는 갈등의 골이 깊다.
이 때문에 상임위에서 법안심사를 시작한다고 해도 순조롭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주요 상임위별로 여야간 시각차이가 벌어진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법안인 법인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로 인상하는 법인세 개정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 논의가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대한상의 강연에서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밖에도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과 가업상속제도 개편 등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을 두고 여야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법 개정안들은 기재위를 거치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직권으로 예산안과 함께 12월 본회의에 표결에 부쳐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무위원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법안으로 꼽히는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기존 순환출자 폐지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벼르고 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현재 기업의 지배구조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재계에서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무위 인원 24명 가운데 야당이 14명으로 다수인 점을 고려할 때 경제민주화 요구를 가라앉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현행 5조 원인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규모를 10조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입법 논의도 정무위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철회할 것으로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대기업집단 기준을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정무위에서 공정위 전속고발법 폐지, 지주회사 행위요건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두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상법 개정안도 주목받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나란히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집중투표·전자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이사회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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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
상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들은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 쪽으로 돌아서면서 추진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9대 때 유사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설계했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단 하나의 법안이 상법 개정안으로 그만큼 의지를 지니고 추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야권에서 10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이 공동발의로 참여해 더욱 힘이 실린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전기요금 누진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미 접수된 누진제 개편안만 3건으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여야 모두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어 어떻게든 전기요금 제도를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은 전기요금 누진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당론을 모아 누진구간을 3단계로, 누진율을 2.6배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산자위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를 방지하기기 위해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들이 산자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위원회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안도 주목된다. 여야 양쪽에서 모두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단통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향후 소관위 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환경노동위원회에는 30여 건이 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일반해고요건 강화, 직접고용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크게 달라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 당론으로 발의된 통상임금 명문화, 근로시간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야권의 공감을 얻고 있어 법안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도 노동관계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이 환노위 소관 법안으로 주목되는 법안들이다.[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