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모터쇼에 BYD의 돌핀 등 전기차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와 격차를 좁힌 데 이어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하며 양적 및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BYD와 테슬라는 지난해 일제히 가격 인하 전략을 앞세워 전기차 판매 확대에 주력했는데 테슬라는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반면 BYD의 원가 절감 능력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BYD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 컨설팅업체 던인사이트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BYD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 긍정적 시각을 전하며 이러한 성장 속도를 보이는 완성차 제조사를 본 기억은 없다고 전했다.
BYD의 2023년 매출은 6023억 위안(약 112조4796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42.04% 증가했다. 순이익은 300억 위안(약 5조5982억 원) 안팎으로 같은 기간 80%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출하량을 제칠 정도로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뤄낸 데 이어 수익성도 크게 개선하며 본격적인 성장세에 올라선 셈이다.
테슬라의 2023년 매출과 순이익은 2022년 대비 각각 19% 증가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데다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이 본격화된 영향을 받았다.
BYD 역시 가격 경쟁력을 전기차 사업에서 중요한 무기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테슬라를 비롯한 경쟁사에 대응해 낮은 가격의 전기차 판매에 집중해 왔다.
그럼에도 BYD는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며 테슬라와 상반된 실적 흐름을 보였다.
BYD가 이처럼 판매량과 실적 측면에서 지난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으로는 원가 경쟁력 우위가 꼽힌다.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공정 간소화 및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한 수직계열화로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를 봤지만 BYD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 1월10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 수출용 BYD 차량이 선적을 대기하고 있다. BYD의 차량 수출용 선박 익스플로러 1호의 모습도 보인다. 물류 공정까지 일정 부분 수직계열화 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연합뉴스> |
대만 디지타임스는 BYD가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뿐 아니라 창문과 타이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전기차 부품을 자체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부품을 협력사에서 사들이는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한다면 재고 관리 및 원가 절감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BYD가 중국에 생산 설비를 집중적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장점에 해당한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주요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BYD의 이러한 원가 절감 능력이 테슬라와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YD는 지난해 157만4822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와 연간 판매량 격차를 약 23만 대까지 좁혔다. 2022년에는 40만 대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올해는 테슬라와 BYD의 가격 전략이 엇갈리고 있어 판매량 격차가 더 좁혀지거나 완전히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최근 수익성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위기가 감지되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인상하며 가격 인하 전략에 점차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BYD는 올해 출시한 전기차 신형 모델의 판매가를 크게 낮춰 내놓으면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00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 가격을 낮췄다. 또 70종 넘는 모델을 기존 제품보다 낮은 가격의 부분 변경 모델로 선보였다.
BYD가 수익성 개선에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을 지난해보다 더욱 낮춰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2024년 전기차 출하량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27% 늘어나는 200만 대로 설정했고 자체 생산하는 배터리 단가를 20% 가까이 낮추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블룸버그는 “BYD가 올해 전기차 가격 전쟁에 '2라운드'를 개시했다”며 저가 공세를 더 공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