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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는 왜 호텔에 거액을 투자하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8-01 2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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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는 왜 호텔에 거액을 투자하나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호텔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포시즌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불과 1년 사이에 86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호텔에 투입했다.

박 회장은 왜 이렇게 호텔에 통큰 투자를 하는 것일까?

물론 미래에셋뿐 아니라 다른 국내 금융사들도 호텔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하나금융그룹은 서울 청담동 엘루이호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호텔사업보다 재개발에 더 관심을 쏟는다.

미래에셋의 호텔투자도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위한 시도이긴 하다. 그러나 미래에셋의 호텔 투자에 또 다른 목적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회장이 호텔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 호텔 인수합병 큰손으로 떠오른 미래에셋

미래에셋의 호텔 투자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금 62조 원 가운데 호텔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년 사이 0%에서 1.2%로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으로 호텔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세계 도심형 및 리조트 호텔, 최고급 및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 등에 두루 투자해 투자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호주 시드니 핵심지역인 서큘러키에 위치한 포시즌호텔을 38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호텔 투자의 첫 발을 뗐다. 세계 최고급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호텔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9월에 내년 5월 개관 예정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서울의 위탁운영 계약도 맺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고급호텔뿐 아니라 비즈니스호텔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 4월 미래에셋컨설팅이 소유하고 메리어트가 위탁운영하는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서울판교가 개관했다. 이 호텔은 판교지역 첫 비즈니스호텔이다. 미래에셋자산운영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동탄에도 1천억 원대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투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넬탈호텔 등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파르나스호텔 인수대금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금조달을 위해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보험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인수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래에셋은 호텔을 중심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모든 투자를 의미하는데 주로 건물, 부동산, 항만 등과 같은 인프라 투자가 주를 이룬다.

대체투자 선호현상은 세계적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졌다. 또 경기부양 등의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채권투자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대체투자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변해야 한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부동산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대체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래에셋이 최고급호텔인 포시즌호텔사업을 추진하는 데 초고액자산가와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포석도 깔려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고액자산가 비중이 꾸준히 늘면서 향후 이들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향후 금융사 성장의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포시즌은 전세계적으로 충성도 높은 초고액자산가 고객군을 보유했다”며 “이를 미래에셋의 금융 서비스와 엮어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는 왜 호텔에 거액을 투자하나  
▲ 광화문 포시즌호텔앤드리조트 조감도

◆ 재벌처럼 딸에게 호텔 물려주려나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의 호텔 투자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벌가 딸들이 보통 호텔사업을 물려받는 것처럼 박현주 회장이 호텔사업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의 장녀 박하민씨는 지난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 수시채용됐고 서울법인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 파견돼 호텔투자 업무를 익히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 호텔투자 전담본부 조직을 신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호텔본부가 출범하면 박하민씨가 전진배치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잇단 호텔투자는 해외나 신수익이 되는 다양한 대체자산에 눈을 돌리자는 박현주 회장의 경영의지가 담겨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박 회장이 장녀 박하민씨에게 이 사업을 맡기려는 깊은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하민씨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맥킨지컨설팅 한국법인에서 1년, 미국 부동산투자컨설팅기업 CBRE에서 1년을 근무했다. 박하민씨는 박현주 회장 자녀 중 처음으로 미래에셋에 입사했다. 박하민씨의 입사는 미래에셋 승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박현주 회장은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친척 중에 한 명이 미래에셋에 지원한다는 연락을 받고 인사팀에게 친척에게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했다”며 “돈을 관리하는 회사는 인사가 제일 중요한데 친척이라고 입사시킨다면 그것은 고객의 돈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도 그동안 “가족경영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박하민씨의 입사시점과 미래에셋의 호텔투자 확대시점이 겹치고 박하민씨가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 배치되면서 미래에셋의 호텔투자가 경영권 승계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에셋컨설팅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48.63%) 회장과 박하민(8.19%)씨를 비롯한 오너일가들이 지분 91.86%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다른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 2월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을 매입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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