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비사업 조합이 공사비를 올려 집을 지어줄 건설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정비사업을 원하는 곳은 많지만 건설사들은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될 곳만 입찰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곳에서도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오지만 시공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5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비사업 조합들이 분담금이 높아지는 것을 감내하고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를 찾으려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잠실 우성4차 재건축사업조합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760만 원에서 810만 원으로 50만 원 올리기로 했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서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자 강수를 둔 셈이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1군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공사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송파 가락삼익맨숀이 3.3㎡당 공사비 817만5천 원가량(예정 공사비 6340억9200만 원)을 책정해 현대건설이 눈독을 들이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가락삼익맨숀과 잠실우성4차 단지는 위치가 가깝고 준공연도도 비슷하다. 하지만 3.3㎡당 공사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락삼익맨숀은 1984년 준공한 아파트로 재건축을 통해 1531세대(연면적 25만5961㎡)로 탈바꿈하지만 잠실우성4차는 1983년 준공한 아파트으로 825세대(연면적 15만8858㎡)로 건축된다. 

연면적을 고려한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의 예정 공사비는 3900억 원가량인 셈이다. 일반분양물량은 가락삼익맨숀이 500세대 안팎, 잠실우성4차는 48세대가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단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을 고려하면 잠실우성4차가 높여잡은 공사비조차 건설사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이 내건 공사비 규모는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넉넉하게 확보한 상황에서 선별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공사비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가 지난 2월29일 발표한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2%, 전월보다 0.93% 상승했다. 

2021년 1월(124.12)와 비교하면 25%가 상승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이 펼쳐진 영향에 급등한 뒤 2023년 들어 지수 상승의 기울기가 감소했지만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도 오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업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 1월 근로자 하루 평균임금은 27만789원으로 3년전(23만1779원)보다 16.83% 올랐다.

앞으로도 공사비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 조합들은 지금 공사비를 올려서라도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2월 총공사비를 984억 원가량에서 1038억 원가량으로 올렸다. 3.3㎡당 공사비로 따지면 908만 원에서 959만 원으로 51만 원 높아졌다. 입찰마감은 5월7일이다.

3.3㎡당 공사비 1천만 원을 넘게 제시한 곳도 있다. 용산구 남영동업무지구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장은 3.3㎡당 공사비 1070만 원을 제시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만 입찰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4월29일 입찰이 마감된다. 

마포구 마포로1-10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장도 지난해 말 3.3㎡당 공사비 920만 원을 책정했다 무응찰로 유찰되자 최근 1050만 원으로 올렸다. 입찰마감은 4월25일이다.

이미 시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들 역시 건설사와 공사비 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제3구역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3월 말 개최할 총회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올릴지 아니면 마감재 등급을 낮춰 공사비를 줄일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공사비는 512만 원이었으나 2022년 공사비 재협상을 통해 3.3㎡당 687만 원으로 올렸고 2023년 3.3㎡당 898만6400만 원으로 올리자고 현대건설이 제안했다.

조합은 이를 거부하며 3.3㎡당 공사비 600만 원 후반대를 원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파크)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해임하려 한다.

시공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에서 공사비를 3.3㎡당 510만 원에서 823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조합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해임되면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홍제3구역이나 진주아파트가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시공사 교체도 쉽지 않을뿐 아니라 설령 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금융비용 등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해 공사비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건설사가 시공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벌인다면 조합원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공사 교체에 성공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GS건설이 3.3㎡당 공사비 987만 원을 요구하고 조합은 3.3㎡당 공사비 807만 원을 원해 평행선을 달리다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포스코이앤씨가 3.3㎡당 공사비 891만 원을 제시해 지난 1월28일 이 사업을 수주했다. 새 시공사를 찾긴 했으나 2023년 6월17일 계약해지 이후 반 년이 걸렸다. 2023년 10월5일 입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사태도 겪어야 했다.

부산초량2구역 재개발사업 등 몇 곳을 제외하면 최근 시공사 교체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 이후 공사가 3~4년 걸리는 만큼 쉽게 진통이 끝나기는 어렵고 2023년 말 이후 계약한 사업장들 정도가 갈등에서 한 발짝 비껴나가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