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증권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부동산업황 악화에 따른 부실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 증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자 교체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들. |
하이투자증권은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성무용 전 대구은행 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자리에서 내려온다.
앞서 NH투자증권, SK증권의 장수 CEO들도 이번 주총을 앞두고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메리츠·키움 등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CEO 교체흐름이 이어지는 셈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CEO 유임을 결정한 곳은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2곳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 9곳의 최고경영자 전원의 연임을 결정한 점,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이라는 주요 과제를 앞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랜 기간 증권사를 이끌어온 장수 CEO들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신 SK증권 대표는 지난 11년 동안 SK증권을 이끌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연임을 포기하고 6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창립멤버였던
최현만 대표가 26년 만에 퇴임을 결정했으며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도 14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장수 CEO를 교체했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차기 CEO 후보 숏 리스트 발표를 앞두고 연임을 포기했다. |
이들은 코로나19 수혜 등에 힘입어 증권업계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어 온 주역들로 평가된다.
하지만 세대교체 필요성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연달아 터진 내부통제 이슈 등에 따라 퇴진을 결정했다,
증권업계는 새 CEO 체제 아래에서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위기를 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이 적자전환 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낸 만큼 실적 회복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우려, 해외부동산 투자손실 등이 올해도 증권사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PF 관련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며 “2023년 들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했으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감안하면 손실완충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적 확대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올해 들어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관련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한 만큼 실적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해 실적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희경 기자